[부동산 돋보기] 부동산과 주차장, 그 애증의 관계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 2023. 5. 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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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차장. 부동산과 주차장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 사진 셔터스톡

고객 상담차 서울 성수동을 방문해 연무장길을 걷다 보니, 명품 팝업스토어와 편집숍, 트렌디한 음식점과 카페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면 도로변 소규모 건물 역시 오래된 주택 외관을 살리면서 멋스럽게 리모델링한 모습을 보니 상권이 확장됐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런데 1층만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하고 2층은 기존 주택으로 사용하는 건물이 대부분이었다. 더 이상 주차 대수를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주차장법상 추가 주차 대수 확보가 필요 없는 최소한의 면적인 134㎡(약 40평) 미만으로 1층만 용도 변경한 것이다. 신축을 고려하더라도, 과소 토지에 물리적으로 주차 대수를 늘리기가 만만치 않아 준공업지역의 법정 용적률(400%)을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우나 고우나 주차장 때문에 부동산 개발 및 이용에 제약 사항이 발생하는 것이다. 현 법제하의 부동산에서 주차장 활용 형태를 나눠 보고, 주차장 활용이 부동산 생산성과 가치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도 그 영향이 계속될지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감정평가사, 전 DL이앤씨· 이화자산운용 근무

부동산에 있어 주차장 공간 활용 형태

먼저 가장 흔한 형태는 건축물에 부대해 설치한 ‘부설주차장’이다. 주차장법은 건축물 용도에 맞는 부설주차장의 법정 주차 대수를 정하고 있다. 주택은 보통 가구 기준으로, 주택 외 시설은 면적 기준으로 주차 대수의 최소치를 정하며, 토지 및 건축물의 크기, 그 용도에 맞게 자주식, 기계식, 반기계(자주)식 주차장을 설치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같은 주택이더라도 주차 편의성이 중요한 대규모 아파트의 경우에는 넓은 지하 공간에 자주식 주차장을 설치하고, 역세권에 있는 주차 편의성에 덜 민감한 소규모 오피스텔 건물에는 기계식 주차장을 설치한다.

부설주차장과 달리, 건축물과 별도로 토지 자체를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노외주차장’도 있다. 더 많은 주차 대수를 확보하기 위해 지상에 조립식 철골조 같은 가설건축물을 축조하기도 한다. 마땅한 토지 활용 방안이 없어서 적게나마 수익 창출이 가능한 노외주차장으로 이용하기도 하지만, 주차장 수입이 여타의 이용보다 수익성이 높으면 최고로 유용하게 활용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때로는 향후 지가 상승이 크게 기대되는 입지에 개발을 기대하면서 명도 어려움이 없는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중도적 이용’ 상태에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지목이 주차장일 경우, 주차장 자체가 목적이므로 ‘주차전용건축물’을 건립할 수 있다. 주차장법에서는 주차전용건축물 내에서 주차장 외 용도로 사용되는 부분 비율을 30% 미만으로 한정하고 있다. 보통의 경우 접근성 좋은 저층부는 상업용 시설을 넣고, 쾌적성이 좋은 고층부는 업무용이나 주거용 시설을 넣으며, 나머지 중층부나 지하층에 주차장을 설치한다. 건폐율, 용적률 완화 혜택을 받지만, 주차 수요가 없으면 70%에 해당하는 주차장 부분 가치가 건축비에도 미달할 수 있으니 마냥 건축 규모를 크게 할 수는 없다.

향후 자율주행 차량이 활성화되면 미래의 주차장 공간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셔터스톡

주차장으로 인한 부동산의 양부(良否)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자동차는 경제활동을 위한 필수재가 됐고, 부동산에 있어 자동차를 일정한 곳에 세워두거나 보관할 수 있는 공간 확보는 각 부동산 용도의 생산성 및 가치 증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게 됐다. 주거 시설의 대표 격인 아파트의 경우를 보면, 20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지하주차장이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았으나 그 이후에는 충분히 크고 접근성 좋은 지하주차장이 있는지, 지하주차장과 가구 엘리베이터가 연결되는지가 아파트 가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또한, 대형 오피스 빌딩이나 판매 시설 경우에도 연면적의 30% 이상을 주차 공간으로 할애하면서 주차 시설 기여도에 따른 임대료나 매출액 증가와 주차장 건축 비용의 증가를 비용 편익 분석해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일치하는 선까지 주차장을 최대한 확보하기도 한다.

반면, 용도 변경 또는 리모델링 경우에 주차장 관련 법적 제한은 가치 증진에 장애 요소다. 최근 생활형숙박시설의 오피스텔 용도 전환 관련해 여러 지자체에서 주차장 조례 개정을 반대함으로써 실거주로 인한 이행강제금 부과가 우려된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기에는 호텔의 주거 시설 전환이 법정 주차 대수 확보 어려움으로 리모델링이 좌초되기도 했다. 결국, 호텔에서 주택으로의 리모델링이 불가하게 되자, 도심지 내에서의 신속한 주택 공급이 지연되고, 추후 신축에 따른 자원 낭비 등으로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서두에서 언급한 서울 성수동 사례처럼 법정 주차 대수 확보가 어려워 전체 리모델링과 신축 모두 추진하기가 만만치 않은 경우도 있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주차장 모습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 빠르면 2030년대 중반 이후 자율주행이 가시화하고, 자가용보다 자율주행 택시, 공유 이용차, 렌터카 등의 이용이 보편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도심지 교통 체증과 대기오염을 줄일 뿐만 아니라, 필요 주차 공간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택시는 생애 대부분을 운행할 것이고, 자율주행, 차량 공유, 차량 호출 등 모빌리티 전용 스마트 주차장 건물이 거점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가 부동산 산업에 끼칠 영향을 살펴보면, 신축 개발의 경우는 주차 공간 감소와 공사비 축소, 기존 건물의 경우는 편익 시설 또는 실내 공원, 스마트팜 등 타 용도로의 대체, 노외주차장과 주차전용건축물의 경우는 수익성 및 활용도 증가 등이 조심스레 예상된다. 다시 말해, 신축 시 부설주차장의 효용성 감소로 주 용도의 건축물 전용률이 높아지고, 보다 나은 경제적 가치와 환경적 이익을 창출 수 있는 용도 변경과 리모델링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선 성수동의 과소 토지도 주차장 제약이 없어지면 가치가 재조명될 수 있다.

물론 모빌리티 시대에 맞는 주차 공간의 변화는 법적·제도적인 뒷받침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시작된 주차장 공급 축소라는 뉴노멀하에 이제 부동산과 주차장은 그 애증의 관계를 끊고 각 공간의 생산성 증대와 가치 증진을 위해 물리적·기능적 분화가 심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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