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1위' 인선이엔티, 고양시 비호로 공해 장기화 의혹
"시장 감사패 수여하고 간부 공직자들은 퇴직 후 고문 활동"
(고양=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국내 최대 건설폐기물 처리 업체인 인선이엔티가 13년째 행정 명령을 무시하며 분진과 소음을 유발해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위시티) 주민들이 심각한 고통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주변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자식들의 등교 거부 투쟁 등을 통해 11년 전부터 공해 대책을 요구했으나 이 업체는 사업 범위를 되레 키워가며 급성장한 사실도 확인됐다.
국민의힘 소속의 김종혁 고양병 당협위원장과 이상원 도의원, 고덕희 시의원은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위시티와 인접한 인선이엔티, 신성콘크리트, (주)대봉 등 3개 업체의 불법 사실을 폭로하며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했다.
1만 세대 소음·분진·교통사고 위험 노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한 2005년만 해도 위시티는 일산신도시 최고 명품 주거지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위시티 안팎에 대형 마트와 종합병원, 시립도서관 등 우수한 생활 인프라는 물론, 풍부한 녹지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7년부터 입주한 약 1만 세대는 인근 인선이엔티 등 3개 공장에서 수시로 날아든 소음과 먼지 때문에 심각한 고통을 겪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적 물을 하루 이상 쌓으려면 방진 덮개를 덮고 폐기물 상하차 때는 살수장치로 물을 뿌려 비산먼지를 막아야 하는데도 이들 업체는 이런 규정을 좀처럼 지키지 않았다.
특히 인선이엔티 주변 슬레이트 조각 등 9개 시료에서는 1급 발암 물질인 석면이 기준치 이상 검출돼 주민 불안을 키웠다.
8개 시료에서 법정 허용기준치(0.1%)를 90배 이상 웃도는 9~18% 농도의 백석면이 검출됐고 1개 시료에서는 백석면과 함께 사용이 금지된 2% 농도의 갈석면이 나왔다.
폐기물을 실은 대형 트럭은 아파트 단지 주변을 과속으로 달려 주민들의 안전사고 위험도 커졌다.
불법 사실 단속되면 소송 등으로 '버티기'
조사 결과 인선이엔티는 2007년 3월 부지 7만4천253㎡의 폐기물 처리 시설 인가를 받았다가 분진 망 설치 조건 등을 어겨 2년 만에 1만9천339㎡ 임야 복구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인선이엔티는 영업을 계속하다 2021년 7월 산지 복구 5단계 계획서를 제출한 다음 복구 시늉조차 하지 않은 채 국가 권익위에 해당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꼼수를 부렸다.
신성콘크리트는 2008년부터 무등록업체와 하도급계약을 맺어 지금까지 약 15년간 불법영업을 해왔다.
시는 최근 이 업체를 일산 동부경찰서에 고발하는 한편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으나 신성콘크리트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주)대봉은 골재채취 허가 지역과 별도로 임대한 부지에서 불법영업을 하면서 관련 신고를 하지 않아 최근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자 역시 가처분신청을 내고 버티기 영업을 하고 있다.
인선이엔티, 사업 영역 넓히며 급성장
인선이엔티는 주민들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업 영업을 꾸준히 늘리고 심지어 불법 영업까지 일삼으며 급성장했다.
건설폐기물 수집·운반 등에 특화한 이 업체는 폐기물 소각과 매립, 폐자동차 해체, 토사 파·분쇄 등 업체를 인수했다.
그 결과 연결 매출은 2015년 953억 원에서 지난해 2천376억 원으로 약 2.5배로 커져 국내 폐기물처리업체 정상에 올랐다.
영업이익도 이 기간에 79억 원에서 332억 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이 업체 직원들의 평균 재직 기간은 1~3년으로 매우 짧아 노동 강도나 급여 등이 열악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지난달 10일에는 이 회사에서 중장비 차량 기사인 60대 남성이 바닥에 떨어진 부품을 줍다가 다른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청 공무원들의 조직적인 비호 의혹
주민들이 소음과 먼지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위험까지 커지자 시청과 지역 국회의원 등에게 공해 유발 업체의 이전을 집요하게 요구했음에도 개선되지 않은 것은 시청 공무원들의 조직적인 비호 때문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인선이엔티는 "이주를 하려면 시가 영업 부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무작정 버티자 시도 "사기업의 영업권을 침해할 수 없다"며 동조했다.
최성 전 시장 시절에는 덕양구 강매동에 인선이엔티와 시가 공동으로 자동차 폐차장 부지를 50억 원에 매입했다가 특혜 시비가 일기도 했다.
후임 이재준 전 시장은 인선이엔티가 지역화폐인 '고양페이' 정액권 5천만 원을 구매했다는 등 이유로 2021년 8월 25일 이준길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당시 이 시장은 "지속적인 환경 개선을 통해 지역과 상생하고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에 앞장선 데다 고양페이 정액권을 구매해 소상공인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인선이엔티는 시청 녹지과장과 덕양구청장 출신 공무원을 최근까지 고문으로 활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면 감사와 수사 통해 비리 몸통 규명 필요
김종혁 당협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0여년간 대형 아파트 단지 인근 업체들이 학생들의 등교 거부 사태까지 겪고도 불법영업을 자행했다"며 고강도 대책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불법과 탈법이 감독 기관인 고양시의 비호와 방조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신속한 감사와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해 유발 업체들은 10년 이상 저지른 불법 행각을 시정하고 배상하도록 시가 행정명령을 내리고 법원은 가처분 소송 판결을 서둘러 끝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는 즉각적인 감사에 돌입해 공무원의 비호 의혹을 규명하고 제 식구 감싸기 감사가 우려되면 감사원에 외부 감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ha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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