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한도 못 늘리면 '약화된 달러 패권' 붕괴될 수도"
과도한 통제력에 달러 패권 '흔들'
위안화 등 대체 결제시스템 속도
뱅크런과 상관없이 예금유출 지속
은행위기 다음은 신용경색 우려
“미국 달러가 미래에는 과거보다 분명히 더 약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달러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세계적 금융 석학인 루이기 진갈레스(사진)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달러의 지배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쪽에 명백히 동의한다”며 “문제는 달러가 어느 정도로 매력을 잃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진갈레스 교수는 2014년 미국재무학회(AFA) 학회장을 지내고 현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금융경제학자다.
그는 “달러 패권 상실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방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달러 지배력 감소의 원인은 미국 스스로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결제 시스템에 대한 통제력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움직임은 중국이 대체 결제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여러 기업과 국가가 달러 외 화폐를 통해 무역을 하려는 수요를 부르는 반향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패권이 단기간에 붕괴할 시나리오도 있다고 봤다. 바로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상한 문제다. 진갈레스 교수는 “정부 부채한도 협상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며 “만약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달러 우위를 관에 넣고 못을 박는 상황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부채한도를 늘리지 못하면 미국이 빚을 갚지 못하게 되고 이는 세계의 미국 국채 투자 수요가 끊긴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날 모든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기 때문에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며 “만약 그런 믿음이 깨지기 시작한다면 그 영향은 추정하기조차 어렵지만 엄청나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했다.
은행 위기가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진갈레스 교수는 “모두가 뱅크런을 강조하고 있지만 저는 많은 예금이 걸어서 빠져나가고(walk-away)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하고 싶다. 예금금리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고객들은 이미 은행에서 예금을 빼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르는 은행 붕괴의 원인에 대해서는 “단순히 현금이 있느냐 하는 유동성의 문제가 아니라 예금을 내어줄 능력이 있느냐 하는 지급 능력의 문제”라며 “대차대조표의 한쪽에는 손실이 쌓이고 한쪽에서는 예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인데 이런 상황은 퍼스트리퍼블릭 등 붕괴한 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진갈레스 교수는 “아주 간단한 부분을 짚어보자. 기준금리가 올랐고 이에 은행 업계는 6200억 달러에 달하는 미실현 손실을 안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예금이 계속 빠져나가면 은행이 지불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은행 문제가 해결되는 유일한 상황은 예금주들이 돈을 옮길 만한 대체투자처가 없어지는 것뿐”이라며 “아쉽게도 투자처는 더 많아졌고 투자자들은 점점 현명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용 경색이 다음 정거장”이라고 경고했다. 대기업의 경우 이미 보유 현금이 넉넉한 경우가 많고 대출을 하더라도 좋은 이자율로 빌릴 수 있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진갈레스 교수는 “미국의 장삼이사들(rank and file)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며 “이들이 지역은행의 영향을 받는 주된 대상이며 더 이상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닫는 순간부터 투자를 줄이고 사람을 구하는 일을 줄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은 은행권 부실의 또 다른 뇌관이라고 봤다. 그는 “금리가 높아질수록 연약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질 것이고 특히 지역은행들이 이 분야에 대출을 많이 늘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며 “이런 상황들이 은행권 부실 위기를 더 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은행 혼란 외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불안 요인을 묻는 질문에 그는 중국과 대만의 갈등을 꼽았다. 진갈레스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느 시점에서 대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상상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이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주요 무역 통로인 중국해의 위협을 가져오는 리스크를 비롯해 중국과 미국·한국 사이의 관계, 반도체 등 공급망의 세계적 혼란 등이 뒤따르는 중요한 이슈”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대만을 둘러싼 중국의 갈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보다 훨씬 더 파괴적일 것”이라며 “그러나 서방은 이에 대처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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