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경찰, 조직에 뿌리내리지 않도록"…인천 층간소음 피해 부녀 오열(종합)
"경찰관들 대응 탓 아니라 제압 중 다친 건 아닌가" 변호인 측 의문제기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지난 2021년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서 부실대응 논란을 낳은 경찰관이 혐의를 부인하자 피해 일가족 중 부녀가 증인석에서 오열하며 (경찰관들의) 엄벌을 호소했다.
15일 오후 인천지법 형사17단독 이주영 판사 심리로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논현경찰서 서창지구대 소속 전 경위 A씨와 전 순경 B씨의 속행 공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당시 사건의 일가족 피해자 중 부녀가 증인석에 섰다.
당시 피해 일가족의 가장인 남성 C씨는 "(가해남성)제압은 제가 했고, (현장을 이탈했던)경찰관들은 나중에 와서 수갑만 채웠다"며 "심지어 바닥에 흥건한 딸과 아내의 피를 밟지 않으려고 기피하고, (목을 흉기로 찔려) 위급한 아내를 (빨리 이송시키기 위해)1층으로 같이 데리고 나가 달라고 애원했는데도 무시했다"고 오열했다.
C씨는 당시 경찰관 중 A씨가 (가해 남성과 분리하고자)자신을 데리고 빌라 밖으로 나온지 3분만에 (가해 남성의 흉기난동)사건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C씨는 딸의 비명소리에 A씨와 현장에 급하게 올라갔지만, "칼, 칼, 칼"을 외치며 현장을 벗어나는 B씨와 마주쳤고, A씨는 B씨와 (현장을 벗어나)빌라 밖으로, 자신은 아내와 딸이 있는 현장으로 갔다고 밝혔다.
C씨는 가해 남성 제압을 하지 않은 경찰관이 위중한 상처를 입은 아내에 대한 구호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격분했다.
그는 "도와달라는 요청을 무시하던 피고인 A의 악마같은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는데, 뒤에서는 자기가 범인잡았다며 자랑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가해 남성을 체포할 때, 아내를 함께 데리고 내려가 줬더라면 더 빨리 이송돼 뇌가 괴사되거나, 2분간 심정지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이어 "딸 얼굴의 상처는 평생 남는다고 하고, 정신병동 입원 치료도 권유받을 정도로 현재까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며 "비겁한 경찰들이 조직에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법이 허락하는 최고의 형을 내려주셔서 가족이 조금이나마 위안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법정에는 C씨의 딸 D씨도 증인으로 나섰으나, 경찰관들이 없는 상태에서 증언을 하겠다고 주장해 비대면 증언했다. D씨는 이날 현장 상황 진술을 이어간 데 이어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경찰관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D씨는 "아버지가 가해 남성을 제압한 뒤, 뒤늦게 현장에 온 경찰관들이 (누워있던) 가해 남성을 향해 테이저건을 쏘고 삼단봉을 그제서야 펼쳤다"고 증언했다.
이날 A씨 측 법률대리인은 "증인들은 진술을 계속 번복하고, 엇갈리고 있다"면서 "증인들은 경찰관들이 대처를 잘못해서 다쳤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지만, 최초 범행 이후 가해 남성은 별다른 공격행위가 없었는데 증인들이 제압을 하는 과정에서 상처가 발생했다고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 측 법률대리인은 가해 남성에 대한 증인신문을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이 "가해남성의 특수상해죄는 이미 유죄가 인정됐다"고 입장을 밝힌데 이어 재판부도 가해 남성의 증인신문 신청 취지를 묻자, A씨 측 법률대리인은 "증인신문 하지 않고 서면으로 대체하겠다"고 했다.
앞선 공판에서 A씨 측 법률대리인은 "빌라 밖으로 나갔을 때 A는 안에서 벌어진 일을 알 수 없었다"며 "법리적으로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같은 소속 전 순경 B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증거조사를 위해 한 기일 속행하기로 했다. 다음 기일은 7월13일 오후 열릴 예정이다.
A씨 등은 2021년 11월15일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피해 112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했음에도 현장을 이탈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가해 남성인 40대와 피해가족 중 1명을 분리해 현장 상황을 청취하고자 피해자 1명과 1층에 있었다. 나머지 가족은 B씨와 사건 현장에 있었다. 이 과정에서 40대 남성이 주거지에서 흉기를 들고 B씨와 함께 있던 나머지 가족을 흉기로 찔렀다.
A씨 등은 당시 삼단봉, 테이저건, 방범장갑을 소지하고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다. A씨는 현장 상황을 명백히 인지하고도 현관문을 부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B씨는 사건 현장에 있었음에도 가해 남성을 막지않고 현장을 이탈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가해 남성은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2년을 받았다.
aron031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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