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SMR 더하면 원전공장 풀가동···협력사 수주가뭄 끝낸다
◆ 원전 생태계 복원 가속
두산, 공장 바깥까지 일감 가득
펌프·제어기기 업체도 낙수효과
산업부, 5년간 원전산업 2조 투자
SFR 등 4세대 원전 핵심기술 확보
2030년까지 전문인력 4500명 양성
15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본사 원전 공장. 여의도의 1.5배 규모인 이곳은 공장이라기보다 공단에 가까웠다. 원자력·단조·터빈 등 수많은 공장이 이곳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 단조 공장에서는 신한울 3·4호 주기기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 생산이 시작됐다. 증기발생기 생산은 2017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단조 공장에서는 200톤 규모의 합금강이 대형 크레인으로 옮겨져 1만 7000톤 규모의 프레스로 단조 작업을 시작했다. 24만 명이 동시에 누르는 것과 같은 힘이다.
완성된 증기발생기는 높이 23m, 무게 775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두산에너빌리티는 높이 15m, 무게 533톤에 달하는 원자로와 길이 70m, 무게 3110톤의 터빈발전기를 비롯해 원전계측제어설비(MMIS), 원자로냉각재펌프(RCP) 등 주요 기기도 제작해 신한울 3·4호에 공급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내년 상반기 소형모듈원전(SMR) 수주 물량까지 더해 원전 공장이 ‘풀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신한울 3·4호 주기기 외에도 내년 SMR 제작을 위해 두 개 공장을 SMR 공장으로 개조해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도현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공장장은 “인력도 필요해 기존 160명에서 당장 50명 정도의 직원을 더 뽑고 하반기에 추가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 원전 공장에서는 대형 물탱크보다 큰 수십 개의 주단 소재가 공장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밖에서부터 일감이 가득 찬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공장에 활기가 띤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까지 신고리 5·6호기에 들어가는 주기기를 모두 납품하고 일감이 뚝 끊겼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해 원전 건설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 3월 한국수력원자력과 2조 9000억 원 규모의 신한울 3·4호 주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날 다시 공장을 돌릴 수 있었다.
정부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신한울 3·4호기 납품이 원전 산업 생태계 복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는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원전 기기 수주 가뭄이 지속돼 두산에너빌리티는 물론 협력사들도 경영난에 시달렸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중소 원전 업체 69곳이 폐업했다. 전체 원전 중소기업의 15% 수준이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국내 원전 기기 제조 업체 일감 제공→원전 수출 경쟁력 확대’를 통해 국내 원전 산업 복원을 꾀할 방침이다. 일단 신한울 3·4호기 건설로 탈원전에 따른 원전 부품 수주 가뭄을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이후 정부에서 기술·인력 지원 정책 등을 추진해 국내 원전 업계의 기기·부품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더구나 두산에너빌리티의 증기발생기 등 주기기 생산에 맞춰 국내 원전 중소기업들도 펌프·제어기기 등 보조기기 납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원전 업계에 끼치는 낙수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다.
이날 산업부는 ‘원전 산업 연구개발(R&D)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2024년부터 5년간 SMR, 원전 수출 경쟁력 확대 등에 민관 합동으로 약 2조 원을 투자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2030년까지 SMR 사업화를 완료하고 소듐냉각고속로(SFR) 등 4세대 원전 핵심 기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한 유럽 등 원전 잠재 수출 대상국을 겨냥해 현지 규제 요건에 맞는 기술표준도 확보한다.
산업부는 △석·박사급 1000명 △학사급 1000명 △현장 실무 인력 2500명 등 총 4500명의 원전 전문 노동력을 2030년까지 육성한다는 ‘원전 산업 전문 인력 양성 방안’도 공개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차세대 원전 융합대학원’과 ‘원자력 설계 실습교육센터’ 등 교육기관을 세울 방침이다. 원전 정책 전반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원자력정책연구원’도 개설한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의도대로 우리나라 원전 산업 생태계를 회복하려면 국내에 추가적인 원전 공사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아쉬운 점은 현재로서는 신한울 3·4호기 이후 국내에서 새롭게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라며 “내년 말로 예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이전에 정부가 신규 원전 부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신한울 3·4호기 공사는 원전 업계에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창원=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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