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현장서 상황실 꾸리라는 지시 없었다"…용산구청장 첫 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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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시 대응이 부실했다는 혐의를 받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들의 공판에서 박 구청장이 참사현장에 별도의 상황실을 꾸리라고 지시한 적 없다는 증언이 나왔다.
조씨는 이태원 참사 당일 당직사령으로 용산구청에 근무하면서 이태원역 인근에서 압사사고가 발생했다는 행정안전부 상황전파 메시지를 받고 현장에 나가 박희영 구청장 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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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시 대응이 부실했다는 혐의를 받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들의 공판에서 박 구청장이 참사현장에 별도의 상황실을 꾸리라고 지시한 적 없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15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작성·행사 등 혐의를 받는 박 구청장 등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과 피고인 변호인단, 재판부는 증인으로 출석한 용산구청 6급 공무원 조모씨를 상대로 신문을 진행했다. 조씨는 이태원 참사 당일 당직사령으로 용산구청에 근무하면서 이태원역 인근에서 압사사고가 발생했다는 행정안전부 상황전파 메시지를 받고 현장에 나가 박희영 구청장 등을 만났다.
조씨는 참사 당일 오후 10시20분쯤 서울시로부터 소방에서 이태원역 인근에서 사고가 발생해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는 상황전파 메시지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조씨에 따르면 당시 구청 당직실에서 재난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은 용산구청 비서실장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는 전단지를 수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재난담당자 업무를 대리하던 조씨는 서울시 상황전파 메시지를 받고도 현장확인 등을 위한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조씨는 2009년 용산구청으로 발령받은 후 14년째 근무하면서 재난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서울시로부터 상황전파 메시지를 받은 후에도 인명피해가 발생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고 소방 등 관련기관이 잘 처리할 것으로 생각해 간부에게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씨에 따르면 참사에 대한 어떠한 징후나 관련 민원이 없었고 행정안전부로부터 22시53분 압사사고가 발생했다는 전파를 받기 전까지 용산구청 당직실에서는 사고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참사 당일 최초 압사 사고는 22시16분쯤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압사사고가 발생했다는 전파를 받고 현장 확인을 위해 사고장소로 이동한 자리에서 박 구청장을 만났다.
박 구청장 변호인의 반대 신문에서 "구청장이 증인에게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직원을 소집하고 상황실을 꾸리라고 지시했냐"는 질문에 조씨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조씨는 현장에서 만난 박 구청장에게 자신이 당직사령임을 설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의 변호인은 "현장에 5~6분 머물렀다는데 아무리 상황이 급박하더라도 본인이 당직사령이라고 말 못 할 상황이었냐"고 묻자 조씨는 "사람들이 산처럼 쌓여있었고 소방관들이 왔다갔다하면서 구조하기가 어려웠다"며 울먹였다.
변호인 신문을 마치고 재판부가 조씨에게 '당시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그때와 달리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이었겠냐'고 묻자 조씨는 "그냥 저 혼자라도 골목에 가서 들어가지 말라고 말렸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26일 오후 2시30분 진행될 예정이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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