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 “CSM 불리기 위한 무해지상품 출혈 경쟁 참여하지 않을 것”

허지윤 기자 2023. 5. 1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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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
“금융당국 CSM 세부 지침 필요… 기업 자율성 훼손 아냐” 의견도
메리츠화재 전경.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겸 메리츠화재 대표가 15일 오후 4시 진행된 메리츠금융그룹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도입된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을 부풀리기를 위한 업계의 무해지 상품 출혈 경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올해 IFRS17 도입 이후 첫 실적에 관한 설명회에서 ‘IFRS17 도입 이후 보험업계의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메리츠화재의 대응 전략’을 묻는 투자기관 골드만삭스 측 질문에 김 대표가 직접 메리츠화재의 경영 방침과 CSM 논란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이다.

CSM은 보험사가 상품 판매(계약)로 미래에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성을 나타내는 평가지표로, IFRS17에 따라 신설된 계정이다. 최근 보험사들이 IFRS17에 대응해 CSM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앞다퉈 장기 보장성보험과 함께 무·저해지 보험 상품 비중을 늘리고 있다.

김용범 대표는 “시장 플레이어들이 표준형 보장성 상품의 손해율을 과도하게 낮게 쓰고 무해지 해지율을 과도하게 높게 쓰는 방식으로 생겨나는 CSM과 보험 손익분기점(BEP) 등의 착시 현상 때문에 가격을 낮춰 무해지상품을 내놓고 있고, 시장에서 이에 따른 출혈 경쟁 양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메리츠화재는 보험상품의 특약과 가격 ,시책, 담보 종류에 민감한 GA(법인보험대리점) 시장에서 이런 식의 출혈 경쟁에 동참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로 인해 CSM이 소폭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개의치 않고 가치 중심의 경영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며 “빠르고 정확한 판단과 계산력으로 시장 상황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고객 경험에서의 차별화와 보험 영업력 강화 등 근본적인 차이를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보험업계에서 IFRS17에 따라 신설된 CSM 산정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면서 금융당국은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을 하고 있다. CSM을 계산할 때 활용되는 사망률, 위험률, 손해율 등 계리적 가정을 각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정해 산출하는데, 최근 보험업계에서 일부 보험사들이 재무적 이득을 노리고 자사에 유리하게 가정해 CSM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CSM 산정 방식에 대한 세부 기준과 함께 보험사들이 IFRS17상의 실적과 CSM 등에서 유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보장성보험의 만기를 과도하게 확대하거나 무·저해지 상품 비중을 늘리는 문제도 들여다보고 있다.

보험업계 일각에선 가업 자율성에 기반한 IFRS17 제도하에서 CSM에 관한 지침을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것은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IFRS17이 업계 자율성을 보장하는 이유는 선진국의 경우 보험 상품 구성이 보험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면 회계 장부의 신뢰성과 정합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수단적 차원에서 자율성을 인정한 것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업계의 실손보험과 무해지 제품 구성이 대동소이해 가정이 달라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적 보장보다 회계적 정합성이 더 우위에 있다고 보고, 규제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게 차라리 낫다”면서 “금융당국이 CSM 가이드라인 마련이 진행 중인 만큼, 올해 안에 보험업계의 CSM 혼란은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냈다.

한편, 메리츠금융지주는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의 별도기준 1분기 순이익은 404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5% 증가했다. 메리츠화재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7.7% 늘어 2조7309억원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1% 늘어난 5546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 측은 “지난 2020년 1분기 이후 13분기 연속으로 1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면서 “양질의 신계약 확보를 통한 수익성 중심의 매출 성장에 집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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