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장부 제출의무 안 지켜"···건보 재정委에 양대노총 배제

복지부 "미이행 단체 추천 부적절"
양대 노총 "노조 때리기냐" 반발

[서울경제]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구성을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장부 제출 등 관련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5일 보건복지부와 민주노총·한국노총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12기 재정운영위를 구성하면서 양대 노총의 추천을 받지 않았다. 재정운영위는 정부와 의료 공급 단체가 협상을 통해 합의한 건강보험료율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기구다. 직장가입자를 대변하는 10명과 지역가입자를 대표하는 10명, 공익위원 10명 등 30명 위원으로 구성된다. 통상 양대 노총이 직장가입자 몫 중 절반인 5명을 추천해왔는데 이번에는 구성 과정에서 양대 노총의 의견을 받지 않은 것이다.

위원 추천을 받을 노동자단체 풀에 양대 노총이 제외된 결과다. 복지부 관계자는 “위원을 추천할 노동자단체를 다양하게 구성해보자는 의견이 있어 이번 12기 위원회 구성 때는 노동자단체의 풀을 구성해 위원 추천을 받았다”며 “회계장부 제출 등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단체는 풀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앞서 재정 관련 서류의 비치·보존 여부 확인을 위한 현장 조사를 거부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자단체 풀에는 의료산업노조와 공무원노조총연맹·선박관리선원노조·방송연기자노조·건설기능인노조 등이 포함됐다.

복지부는 이런 과정이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국민건강보험법(34조)은 직장가입자 대표 위원과 관련해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에서 추천하는 각 5명”이라고만 정하고 있지 특정 단체를 명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설명에 양대 노총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정상적인 위원 재추천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졸속으로 위원회 개최를 강행했다”며 “노조 때리기에 건강보험마저 활용해서는 안 된다. 양대 노총의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대표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역시 “복지부가 정부의 노동조합 때리기에 동조하는 것을 넘어 앞장서고 있다”며 “국민건강권을 지켜야 할 복지부가 건강보험을 노조 때리기 몽둥이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부는 산하 정부위원회에서 한국노총의 대표성을 여전히 인정하고 있는데도 복지부가 노동문제 사안을 이유로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라며 “위원회를 재구성하지 않으면 장외에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