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어플로 만난 한 남성...어느날 이별 통보와 함께 상간 소장을 보내왔다?

YTN라디오(FM 94.5)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 방송일시 : 2023년 5월 15일 (월요일)

□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김규리 변호사

- 미혼 소개팅 어플에서 만나 2년간 교제한 상대가 유부남,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증거를 모아 다투고 상대방에게 '성적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핸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해야

- 불법행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배우자가 있는지 몰랐다는 거짓말로 대응을 할 경우, 오히려 '괘씸죄' 적용으로 고액의 위자료 판결 선고될 수 있어

- 사연자가 상간 소송으로 위자료를 내야 할 경우, 상대방 남자에게 절반씩 나눠 내는 '구상권' 고려 가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저는 30대 초반의 여성 직장인입니다. 2년 전, 미혼 남녀를 연결해 주는 스마트폰 소개팅 어플을 통해서 한 남자를 알게 됐습니다. 그 사람과 처음에는 가볍게 몇 번 만나다가 나중에는 깊은 연인 사이가 됐고, 만난 지 2년째 됐을 때부터는 결혼을 약속하고 저희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소개도 했죠. 이렇다 보니, 가족들은 언제 결혼식을 올릴 거냐고 성화셨는데 막상 구체적인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는 '결혼은 처음이라 걱정이 된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면서 자꾸 피하기만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어느 날 밤, 결국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했는데요, 그날 새벽, 저는 그 남자의 배우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에게 전화를 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간 소장을 받았습니다. 저는 영문도 모른 채, 순식간에 불륜을 저지른 여성이 된 겁니다. 저는 미혼만 가입할 수 있는 어플에서 그 사람을 만났다 보니, 유부남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한 번도 결혼한 적 없다고 했으며, 저에게 결혼을 약속한 문자 내용도 있습니다. 실제로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그 남자가 저를 속였다는 걸 실토하면서 사죄하는 통화내용도 녹음했습니다. 다만, 제가 그 남자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칼같이 관계를 정리하지는 못하고 남자가 찾아오면 몇 번 만나긴 했습니다. 상간 소송에서 저의 억울한 사정도 참작될 수 있을까요? 이제껏 저를 속여온 그 남자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을까요?" 사연자분이 소개팅 어플에서 남자분을 만났고 깊은 관계가 됐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유부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의 배우자에게 상간 소장을 받게 되셨는데요. 상간 소장 개념,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주실까요?

◆ 김규리 변호사(이하 김규리): 우선 상간 소송은 유부남 또는 유부녀와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 그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 조인섭: 그런데 처음에는 유부남인지 몰랐어요. 그러면 이 사연자분이 이 상간 소송에 대응할 방법은 있을까요?

◆ 김규리: 네, 이번 사연의 경우에는 성관계를 포함한 부정행위 자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겠습니다. 그러나 사연자분은 상대방 남성이 미혼이라고 속여왔기 때문에 진실로 이를 믿고 교제를 한 것이므로 분명 억울한 부분도 존재할 텐데요. 이때 주장해 볼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는 불법 행위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제3자와 부부 일방 사이의 부정행위를 이유로 하는 청구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불법행위의 일반 요건으로서 고의 또는 과실이 있을 것을 필요로 합니다. 다시 말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있음을 알고도 또는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행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 조인섭: 그러면 이 사연자 같은 경우는 사실 유부남이라고 하는 걸 몰랐지 않습니까?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 김규리: 사연자분의 경우에는 상대방 남성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과실 없이 몰랐다는 부분에 대한 관련 증거를 첨부해서 불법행위 성립 여부를 다퉈볼 수는 있겠습니다. 다만 사연자분도 사리 분별이 충분히 가능한 30대의 미혼 여성이고, 상대방과 2년여 간 짧지 않은 기간 교제를 지속해 왔기 때문에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사연자분이 상대방의 혼인 여부를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그 남성이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사연자 분을 속여왔는지도 잘 주장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조인섭: 그거는 필요할 것 같기는 하네요. 그러면 이 사연자분은 남자분이 유부남이라고 하는 걸 전혀 모르고 만나기는 하셨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상간 소송에서는 어떤가요? 만약에 유부남, 유부녀인 거를 알고도 만났는데 사실을 속이고 계속 몰랐다고 주장하면 실제 재판에서는 그게 유리할까요?

◆ 김규리: 저희가 실제로 많은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상간 소송 피고들이 "나는 그 사람이 유부남인지 또는 유부녀인지 몰랐다"는 주장을 많이 하기는 하는데요. 이 사안의 경우처럼 정말로 억울한 상황에서는 꼭 필요한 변론이 되겠습니다만, 사실상 배우자가 있다는 것을 뻔히 다 알고도 부정행위에 나아가는 경우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재판부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분명히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만일 단순히 불법행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뒤늦게 "나는 배우자가 있는지 몰랐다"라는 거짓말로 대응을 할 경우에는 오히려 소위 '괘씸죄'가 적용돼서 고액의 위자료 판결이 선고될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하셔야겠습니다.

◇ 조인섭: 그렇죠. 괜히 거짓말을 하면 괘씸죄로 2천만 원 될 게 3천만 원 되고 이런 거죠. 사연자분은 나중에 그 남자에게 아내가 있다는 거를 알게 되셨어요.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남자분이 찾아오면 몇 번 만났다고 하는데요. 그 행위에 대해서는 또 별도로 판단이 되지 않을까요?

◆ 김규리: 상대방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에도 부정한 관계를 지속하였다는 점은 당연히 문제가 됩니다. 재판부에서 위자료를 산정할 때 부정행위가 발각된 이후의 정황을 함께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명백하게 불법행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재판 결과를 떠나 도의적인 측면에서라도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고 상대방에게 진심어린 사죄의 뜻을 전하는 태도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 조인섭: 지금까지는 남자분의 부인하고 사연자 분의 관계를 짚어봤습니다. 그런데 사연자분 같은 경우도 남자분하고의 사이에서는 피해자라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 사연자분 같은 경우는 결혼을 전제로 남자분을 만나왔기 때문에 가족과 지인들 앞에서도 입장도 난처해지고 또 심적으로 많이 힘들 것 같은데요. 그러면 이 남자분을 상대로 청구할 수 있는 거는 없을까요?

◆ 김규리: 간통죄 폐지와 마찬가지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혼인빙자간음죄가 폐지되어서 처벌 규정이 없는 상태입니다. 다만 '성적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해 볼 수 있겠습니다.

◇ 조인섭: 성적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좀 어렵습니다. 우선 '성적자기결정권'부터 설명을 해주세요.

◆ 김규리: 성적자기결정권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와 결정에 따라 상대방을 선택하고 또 성관계를 가질 권리를 의미합니다. 특히 우리 판례는 상대방이 결혼을 한 사람인지의 여부는 성관계를 맺을 상대방을 선택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초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분남인데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미혼 남성이라든지 이혼 남성이라고 속이는 경우, 또 직접적으로 상대방에게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라고 말하지는 않더라도 일반인의 상식에서 볼 때 애매하고 소극적인 언동으로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도록 유도하여 성관계에 나아갈 경우에도 모두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조인섭: 이런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신데요. 사연자분 같은 경우는 미혼만 가입할 수 있는 소개팅 어플을 통해서 그 남자를 만난 겁니다. 이런 점도 이 사연자분 입장에서는 어필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김규리: 네, 그렇습니다. 사연자분은 결혼 상대를 구하기 위해 소개팅 앱에 가입하였고, 이 어플을 통해 만남을 제안한 상대방 남성이 계속해서 자신이 미혼이라고 속여왔던 것이기에 이를 믿었던 것에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심지어 상대방 남성은 실제로 사연자분과의 혼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교제기간이 짧지 않았음에도 끝내 자신의 혼인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채 교제를 계속하면서 성관계를 반복했습니다. 결국 사연자분은 상대방의 기망에 따라 왜곡된 사실 판단에 기초하여 상대방과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갖게 된 것이므로 상대방의 행위는 사연자분에 대한 성적자기결정권 침해로서 불법행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조인섭: 그러면 만약에 사연자분이 상간 소송에서 위자료를 내야 할 경우에 상대방 남자에게 "절반씩 나눠 내자"라고 요구할 수는 있을까요? 소위 구상권 문제죠.

◆ 김규리: 네, 맞습니다. 만약에 사연자분이 상대방의 법률상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가 인정된 경우에는 이는 상대방 남성과 사연자분의 부정행위라는 공동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사연자분의 상대방 남성에 대한 구상금 청구도 가능하다고 할 것입니다. 통상 구상금 청구에서는 분담 비율이 5대 5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당연히 그 분담 비율도 다퉈볼 수는 있겠습니다.

◇ 조인섭: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를 해보자면 사연자분은 소개팅 어플을 통해서 한 남자분을 만났고, 2년간 만남을 지속해 오면서 결혼도 약속을 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고요. 게다가 상대방의 아내가 상관 소송을 제기를 해왔는데요. 사연자분은 상대방 남성이 유부남이라고 하는 사실을 몰랐다라고 하는 부분에 대한 증거를 모아서 다퉈볼 수 있겠고요. 또 상대방 남성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법률상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남성을 계속 만났을 경우에는 재판 결과를 떠나서, 또 스스로 잘못을 반성하고 상대방 아내에게 진심어린 사죄의 뜻을 전하는 태도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김규리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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