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터도, 힐만 스타일도 아니다… ‘서튼의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 전직 단장은 외국인 감독에 대해 “효과는 있다”라면서도 “제대로 된 감독을 뽑아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 감독이 가져다주는 여러 효과는 있지만, 적임자가 아닐 경우 괜히 거액만 날리고 팀에 큰 후유증만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KBO리그에 외국인 감독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다. 이른바 ‘노피어’를 표방한 공격적인 야구를 선보였고, 이것이 성적으로도 이어지며 안 그래도 화끈한 롯데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로이스터’ 시대의 공과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당시 롯데가 가장 인기 있는 팀이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로이스터 감독에게 아쉬웠던 건 우승 타이틀이 없었다는 것. 이를 이뤄낸 자가 바로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이다. 미국(캔자스시티), 일본(니혼햄), 그리고 한국(SK)까지 3개 리그에서 모두 감독을 한 보기 어려운 이력을 남긴 힐만 감독은 일본에서 지도자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동양 야구를 접목했다. 첫 해에는 우리 정서에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운영으로 비판도 많이 받았으나 2년 차에는 이를 수정한 끝에 장점만 골라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로는 외국인 감독의 성공 사례가 마땅치 않다. 맷 윌리엄스 전 KIA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 전 한화 감독 모두 큰 기대를 받으며 KBO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그 어떤 지도자보다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고, 수베로 감독은 육성에 경험이 풍부했다. 그러나 두 감독 모두 계약 기간을 완주하지 못하고 경질됐다. 기본적으로 성적을 내지 못했고,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서 프런트와 마찰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남은 건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다. 서튼 감독은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힐만 감독이 니혼햄에서 감독 생활을 해 동양 야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서튼 감독은 아예 KBO리그에서 현역 생활을 해 한국 야구의 특성을 잘 꿰차고 있다. 2군에서도 지도자 생활을 했다. 모기업이 뒤에 버텨 영향력이 크고, 육성보다는 당장의 성적을 중요시하는 KBO리그의 문화와 생리를 너무나도 잘 안다.
그래서 그를 평가하는 일부 관계자들은 “외국인이지만 실상 한국인”이라고 말한다. 이는 적응과 현실 측면에서 득이 될 수도 있지만, 외국인 감독의 효과를 오롯이 낼 수 없다는 점에서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서튼 감독은 정식 감독 된 뒤 여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외국인 감독보다 더 스몰볼을 한다는 비판도 있었고, 결정적으로 성적을 내지 못하며 지도력에 의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계약 마지막 해에 들어선 올해는 평가가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시즌 전 대규모 전력 보강 선물을 받아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난 서튼 감독은 적절하고 납득할 만한 선수단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감독의 선택이 항상 옳을 수는 없겠지만, 올해는 강해진 전력만큼 안정적으로 시즌을 끌고 간다는 평가다. 어쨌든 감독이 성적으로 말하는 자리라면, 서튼 감독의 올 시즌 출발은 좋다고 볼 수 있다.
야구와 선수단 장악 스타일을 보면 로이스터도, 힐만 스타일도 아니라는 평가다. 전직 롯데 코치는 “로이스터 감독 시절은 말 그대로 파격이었다. 선수들도 그렇지만 코치들이 새로운 문화에 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서튼 감독은 KBO리그를 경험한 인사다. 선수단 운영 스타일이 같을 수는 없다”고 했다. SK 시절 힐만 감독의 운영을 경험한 박승욱 또한 “힐만 감독님과 서튼 감독님은 스타일은 조금 다르시다”고 했다. 다만 “워낙 프리하게 선수들에게 맡겨주시는 스타일이기는 하다. 선수들이 알아서 하게끔 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감독의 전체적인 성향과 틀은 비슷하지만 세밀한 부분은 다르다는 뜻으로 읽힌다. 거쳐 온 과정이 다르기에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국내 감독들에 비해 자율적인 분위기는 어느 정도 동일하고, 이것이 성적을 만나 결과를 좌우한다는 것에는 대다수가 동의한다. 성적이 좋으면 정말 거대한 파도를 만들 수 있지만, 성적이 좋지 않으면 선수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할 수도 있다.
시즌 초반 첫 30경기에서의 성적은 그래서 긍정적이다. 19승11패(.633)로 기대 이상의 스타트를 끊었다. 어느 한 선수에 의존하는 게 아닌 주축 선수들과 어린 선수들이 돌아가며 힘을 합해 승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선수단의 좋은 분위기가 그라운드 내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 건 상당히 오래간만의 일이라는 평가도 있다. 승리는 외국인 감독 특유의 문화에 선순환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로이스터도, 힐만도 아닌 서튼 감독의 길에는 어떤 성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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