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흥건한데 구호 외면, 경찰 나중에 수갑만"…인천 층간소음 피해자 오열

박아론 기자 2023. 5. 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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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해 남성을)제압하자 (현장을 이탈했던)경찰관들은 나중에 와서 수갑만 채웠어요, 심지어 바닥에 흥건한 딸과 아내의 피를 밟지 않으려고 기피하고, (목을 흉기로 찔려) 위급한 아내를 (빨리 이송시키기 위해)1층으로 같이 데리고 나가 달라고 애원했는데도 무시했습니다."

지난 2021년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서 부실대응 논란을 낳은 경찰관이 혐의를 부인하자 법정의 증인석에 선 일가족 피해자 중 가장이 오열하며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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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서 2021년 사건 부실대응 경관 2명 공판
피해자 부녀 증언, 엄벌 촉구...경관 2명 중 1명 혐의 부인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해자 가족과 김민호 VIP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지난해 4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사건 당시 CCTV영상을 공개했다./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제가 (가해 남성을)제압하자 (현장을 이탈했던)경찰관들은 나중에 와서 수갑만 채웠어요, 심지어 바닥에 흥건한 딸과 아내의 피를 밟지 않으려고 기피하고, (목을 흉기로 찔려) 위급한 아내를 (빨리 이송시키기 위해)1층으로 같이 데리고 나가 달라고 애원했는데도 무시했습니다."

지난 2021년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서 부실대응 논란을 낳은 경찰관이 혐의를 부인하자 법정의 증인석에 선 일가족 피해자 중 가장이 오열하며 남긴 말이다.

15일 오후 인천지법 형사17단독 이주영 판사 심리로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논현경찰서 서창지구대 소속 전 경위 A씨와 전 순경 B씨의 속행 공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당시 사건의 일가족 피해자 중 부녀가 증인석에 섰다.

당시 피해 일가족의 가장인 남성 C씨는 "피고인 A가 가해 남성이 있는 주거지에 딸과 아내만 남겨 두고 저만 분리조치 해 1층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며 "피고인 A와 대화 3분만에 딸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곧바로 주거지를 향해 올라갔는데, '칼, 칼, 칼'이라고 외치며 (현장을 이탈해)내려오는 여경인 피고인 B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관 2명은 현장으로 올라가지 않고 그대로 내려가 빌라 밖으로 향했고, 저만 아내와 딸 그리고 가해 남성이 있는 현장에 올라가 가해 남성을 제압했다"며 "경찰관이 이미 제가 제압한 가해 남성에게 수갑만 채우고 내려가려 했는데, 목을 흉기에 찔려 위중한 아내를 빨리 이송하기 위해 함께 데리고 나가달라고 요청했더니 무시하고 그냥 가해자만 데리고 현장을 벗어났다"고 말했다.

C씨는 "도와달라는 요청을 무시하던 피고인 A의 악마같은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는데, 뒤에서는 자기가 범인잡았다며 자랑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가해 남성을 체포할 때, 아내를 함께 데리고 내려가 줬더라면 더 빨리 이송돼 뇌가 괴사되거나, 2분간 심정지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C씨는 "딸 얼굴의 상처는 평생 남는다고 하고, 정신병동 입원 치료도 권유받을 정도로 현재까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며 "비겁한 경찰들이 조직에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법이 허락하는 최고의 형을 내려주셔서 가족이 조금이나마 위안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법정에는 C씨의 딸도 증인으로 나서 당시 현장 상황을 진술하면서 A씨와 B씨의 엄벌을 촉구했다.

앞선 공판에서 A씨 측 법률대리인은 "빌라 밖으로 나갔을 때 A는 안에서 벌어진 일을 알 수 없었다"며 "법리적으로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같은 소속 전 순경 B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A씨 등은 2021년 11월15일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피해 112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했음에도 현장을 이탈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가해 남성인 40대와 피해가족 중 1명을 분리해 현장 상황을 청취하고자 피해자 1명과 1층에 있었다. 나머지 가족은 B씨와 사건 현장에 있었다. 이 과정에서 40대 남성이 주거지에서 흉기를 들고 B씨와 함께 있던 나머지 가족을 흉기로 찔렀다.

A씨 등은 당시 삼단봉, 테이저건, 방범장갑을 소지하고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다. A씨는 현장 상황을 명백히 인지하고도 현관문을 부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B씨는 사건 현장에 있었음에도 가해 남성을 막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가해 남성은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2년을 받았다.

aron031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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