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네오 정글 깨우는 굉음 …'서울면적 4배' 新수도 천지개벽중

김대영 기자(kdy@mk.co.kr), 노현 기자(ocarina@mk.co.kr),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2023. 5. 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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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 글로벌포럼 ◆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1200㎞ 떨어진 누산타라 신수도 건설 현장에서 빌딩 축대를 세우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누산타라 신수도는 서울의 4배 크기로, 내년 8월 대통령궁 준공을 시작으로 2045년까지 정부·경제·관광 구역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정승환 기자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2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주 발릭파판. 인도네시아 신수도 예정지 '누산타라'는 이곳에서 인적 없이 원숭이만 이따금씩 나타나는 정글 속 길을 추가로 2시간여 달려야 나온다. 매경 인도네시아 포럼을 앞두고 방문한 누산타라는 말 그대로 '천지개벽'의 현장이었다. 수십 m 높이 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열대림 너머로 땅을 다지는 중장비의 굉음이 울려퍼졌고, 작업 차량이 분주히 오가며 공사 자재를 나르고 있었다.

현재 공사 진행이 가장 빠른 곳은 정부핵심업무구역(KIPP) 내 위치한 대통령궁이다. 대통령궁은 인도네시아 국조인 전설 속 새 '가루다'가 양 날개를 펼친 모습을 형상화해 건설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영 건설사 PP와 WIKA가 시공을 맡았으며, 공정률은 10%가 넘었다. 준공 예정일은 내년 8월 17일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이다.

대통령궁 공사 현장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리자 세파쿠 세모이댐 건설 현장이 나타났다. 올해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며 누산타라에서 쓸 물을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신수도에 물을 제공하는 취·배수 시설은 90%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내년 완성을 목표로 6개 노선, 77㎞ 유료도로 건설도 진행 중이다. 이미 공사가 끝난 곳도 있다. 신수도 건설근로자 숙소 22개 동이다. 정부 청사와 공무원 아파트 등도 하루가 다르게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나무 1600만그루도 신수도에 심는다.

신수도 예정지 총면적은 2561㎢다. 자카르타(662㎢)와 서울(605㎢)의 4배 규모다. 신수도 내 정부 구역은 66.7㎢ 규모로 현재 공정률은 30%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7년까지 5년 동안 매년 20% 또는 연간 2만5500명 내외의 공무원을 신수도 지역으로 재배치할 예정이다. 정부 구역 외에 △경제 △헬스 △엔터테인먼트·관광 △교육 △이노베이션·리서치 △물류 △식품 △농어업 등 구역은 2045년까지 들어선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누산타라를 행정수도뿐만 아니라 경제도시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알리 브라위 신수도청 차관보는 "국토의 불균형 성장과 자카르타의 교통 체증, 지반 침하 등에 따라 수도 이전을 추진하게 됐다"며 "현재 정부핵심업무구역을 건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수도는 전 세계 도시 개발의 롤모델이 될 것"이라며 "누산타라는 인도네시아의 미래이자 새로운 경제 성장 엔진"이라고 전했다.

누산타라는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에 '인도네시아판 네옴 프로젝트'로 불린다. 이승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인도네시아 사무소장은 "누산타라 건설 과정에서 일자리 480만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도네시아 전체 국내총생산(GDP) 중 20%만 동부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신수도 개발을 통해 이 비율이 25%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누산타라 총사업비는 약 40조원 규모다. 20%는 정부 재원, 80%는 민관협력사업(PPP)과 민간 등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도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도 이전 팀코리아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현대건설, LS일렉트릭,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참여했다. 한상기업 코린도그룹도 팀코리아 멤버다. 코린도는 신수도 예정지 옆에 서울과 인천을 합친 크기의 임지를 보유했다. 김영만 코린도 신수도사업협력단장은 "신수도와 40㎞ 떨어진 제네보라 지역에 부두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신수도 건설용 목재 공급과 물류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H는 30만㎡ 용지에 23개 동 규모 공무원 주택 건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자원공사는 상수도 인프라 구축 및 스마트 물 관리 기술 이전 등을 공적개발원조(ODA)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LG CNS는 신수도투자청과 신수도 모빌리티 인프라 건설,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 설계와 관련해 각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브라위 차관보는 "신수도 개발과 관련해 한국 기업, 정부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의 스마트 기술을 누산타라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산타라 건설 과정에서 세종시도 참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신수도 프로젝트는 역대 대통령들이 추진했던 대형 사업이다. 아크멧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은 중부 칼리만탄주 팔랑카라야 지역으로 수도 이전을 계획했다. 수하르토 대통령과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도 이전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수도 이전을 실행에 옮기며 국토 균형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별취재팀=김대영 부국장(팀장) / 노현 기자 / 정승환 기자 / 우제윤 기자 / 오대석 기자 / 정주원 기자 / 박민기 기자 / 박제완 기자 / 김대은 기자 / 사진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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