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3인방 체포 앞서 한국거래소 압수수색…주식거래 내역 확보

한국거래소·금융감독원 압수수색 진행…혐의 증명할 증거 확보
주가조작 이용 의심 계좌 명단서 '라 대표 일당' 이름 나와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검찰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자문업체 대표(42)를 체포하기 전 한국거래소·금융감독원을 압수수색해 주가조작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주식거래 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금융당국과 합동수사팀을 꾸린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초 사이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주가조작 일당이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주식거래 내역 및 기존 금융당국의 조사 기록을 확보했다.

합동수사팀은 경찰이 서울 강남구 H사 사무실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200여대를 넘겨받아 통정거래에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전화번호 50여개를 한국 거래소에 분석 의뢰했다.

한국 거래소는 50여 개 전화번호와 연관된 증권계좌 250여개의 거래 내역과 인터넷 프로토콜(IP)을 분석해 통정매매 정황이 있는 계좌 명단을 추려 검찰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수사팀은 계좌 명단에서 '몸통'인 라 대표와 공범들의 이름을 확인했다.

해당 명단에는 라 대표뿐만 아니라 12일 구속된 그의 최측근 전직 프로골퍼 안모씨(33)와 호안에프지 대표 변모씨(40)의 이름도 있었다.

합동수사팀은 명단에서 투자자 접대를 담당한 조모씨(42), 매매 일정을 관리한 장모씨, 의사와 같은 고액 투자자를 모집한 병원장 주모씨의 이름도 확인했다. 소환조사 없이 라 대표 일당을 체포, 구속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라 대표, 안씨, 변씨 3인방은 자본시장법위반법상 시세조종·무등록 투자일임업,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로 11~12일 모두 구속됐다.

검찰은 더 많은 증권계좌와 투자자, 모집책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합동수사팀은 라 대표 일당이 시세조종으로 거둔 이익이 2640억원이며 이 가운데 절반인 1320억원을 카드깡(카드할인) 등 수수료 명목으로 빼돌리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범죄 수익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라 대표 일당은 자본시장법위반법상 시세조종·무등록 투자일임업,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등에 따르면 그와 함께 주가조작을 기획한 일당은 투자자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해당 휴대전화로 주식거래를 하고 투자자 동의 없이 개설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개설해 거래에 사용했다.

이들은 주식거래 수익의 절반만 수수료로 받고, 남은 절반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재투자하라는 제안을 하면서 자본 유출을 막고 투자 규모를 불려온 것으로 파악됐다.

모인 투자금은 CFD 계좌를 통해 최대 2.5배의 레버리지(부채를 끌어와 자산을 매입하는 투자)를 일으키는 데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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