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3000억 베팅' 삼성전자 의도…TSMC 독주 오래 못간다

강태우 기자 2023. 5. 1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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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반도체 역량 강화 및 TSMC 추격 위한 전략
日, 반도체 후공정 세계 1위…협력 관계 구축 필수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2023.4.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강태우 기자 = 삼성전자(005930)의 일본 내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관련 대규모 투자 소식을 두고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후공정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일본과 협력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일본과 '반도체 동맹'을 맺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 대만 TSMC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삼성전자가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300억엔(약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R&D(연구개발) 시설을 설립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삼성전자에 100억엔 이상의 반도체 시설투자 보조금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짓는 시설은 첨단 반도체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생산하는 테스트 라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수백 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시스템반도체 역량 강화'라는 삼성전자의 숙원을 한 단계 진전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롭게 지어지는 테스트라인은 삼성전자가 최근 일본 내 산재한 R&D 조직을 하나로 통합한 'DSRJ'(반도체연구소재팬)에 들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을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 연구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일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반도체 재료 개발과 검증 등에서도 협력할 전망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팹리스(설계)-파운드리(위탁생산)-패키징(후공정)'으로 이뤄진 반도체 생태계에서 패키징은 반도체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다.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로 자체 성능을 높이는 게 어렵다 보니 여러 개의 반도체를 쌓거나 묶어 성능·전력효율을 극대화하는 3D(3차원) 패키징 등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세계 반도체 업계들은 일본의 후공정 장비 경쟁력이 세계 1위라는 점에 주목한다.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정책연구기관 CSET(안보·신흥신기술센터)에 따르면 ATP(조립·테스트·패키징) 등 후공정 장비에서 일본의 시장 점유율(2021년 기준)은 44%에 달한다. 2위인 미국(23%)보다도 두 배가량 높고 한국, 대만과 비교하면 약 5~15배 앞선다.

반도체 산업이 사실상 '국가적 분업'이라는 점과 패키징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일본과의 협력은 필수불가결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궁극적으로 소부장의 국산화가 이뤄져야겠지만 촌각을 다투는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국산화만 기다리는 것은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TSMC가 삼성보다 먼저 일본과 손잡고 패키징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가 이번 투자를 결정하게 된 이유로 풀이된다. TSMC는 2021년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반도체 패키징 연구개발센터 구축을 위해 370억엔(약 3665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지난 2022년 6월 개소했다. TSMC는 이곳에서 일본과 후공정인 3차원 적층기술 공동개발을 추진한다.

서동혁 산업연구원(KIET) 신산업실·선임연구위원은 'TSMC-일본 반도체산업 제휴의 산업적 의미와 시사점(2021년 8월)' 보고서를 통해 "TSMC와 일본의 제휴는 TSMC의 패키징 분야 강화와 일본의 반도체산업 부활이라는 상호 목표의 산물"이라며 "삼성전자로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일본 소재 및 장비 기업들의 지원을 받으며 차세대 패키징 기술개발을 서두르는 TSMC와 격차를 축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대만 신주에 위치한 TSMC 본사. ⓒ AFP=뉴스1

패키징 기술이 이미 반도체 업계의 대세가 됐고 일본과 협력 없이는 TSMC와의 격차 줄이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일본과 협력 관계를 본격화함에 따라 "TSMC를 잡겠다"는 목표 달성 역시 빨라질 전망이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현재 일본이 강한 부분이 있고 삼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서로 협력하는 것은 반길 만할 일"이라며 "일본이 반도체 소재뿐 아니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와 메모리 등을 한 데 묶는 고밀도·집적화 기술이 뛰어난 만큼, 협력을 통해 (시스템반도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첨단 패키지 기술 강화·사업부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DS(반도체)부문 내 AVP(Advanced Package) 사업팀을 신설했다. 또 올해는 TSMC에서 약 19년 동안 패키징 기술을 개발했던 린준청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패키징 기술력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bur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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