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전쟁용 무기" 美 총기난사 단골 `AR-15`…금지 vs 허용 `뜨거운 논란`

김성준 2023. 5. 1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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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자동사격 가능한 데다 개조도 용이
"전쟁용 무기" vs "헌법상 권리" 찬반여론 대립
AR-15 스타일의 소총[AP 연합뉴스 자료사진]
AR-15 등 총기를 전시 중인 오리건주의 한 매장[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전역에 걸쳐 올해 들어서도 다수의 희생자를 낳는 총격 사건이 빈발하는 가운데, 대량살상무기로 악명을 떨치는 반자동 소총 'AR-15'에 대해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미 NBC 방송은 15일(현지시간) 보도에서 "AR-15은 다재다능한 특징으로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총기 중 하나이자, 총기난사 사건으로 가장 비난받는 총기 중 하나로써 미국 사회의 분열상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총기업체 아말라이트(Armalite)가 1950년대 후반 개발한 이 총기는 냉전 시기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 널리 쓰인 소총 'M-16'의 기본형으로 처음에는 군대에서 쓰였다. 1959년 콜트가 이 총의 생산 권리를 인수한 후 차츰 조금씩 변형된 모양으로 시중에 판매가 이뤄졌다.

AR-15을 비롯한 이른바 '돌격소총'은 권총보다 위력이 강한 데다, 전투소총보다 전장(개머리판과 손잡이를 제외한 총의 앞부분)이 짧아 휴대가 간편하고 반동은 적은 반면 총알이 스스로 재장전되는 자동 사격이 가능하다는 등 여러 특장점을 지녀 인기가 높다. 특히 조준경(스코프)을 비롯한 광학기기, 권총형 손잡이, 속사용 개조부품인 '범프 스탁'(bump stock) 등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로 맞춤형 제작이 용이하다.

미국 현행법상 연방정부 차원에서 총기 소유 명부를 관리하는 것이 금지돼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전미사격스포츠재단(NSSF)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미국 내 유통 중인 AR-15은 총 2440만정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지타운대가 총기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2021년 시행한 조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치인 약 2460만명이 AR-15 혹은 이와 유사한 소총을 보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AR-15가 쓰인 대규모 총격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총기의 천국' 미국에서도 살상력이 큰 돌격소총의 판매를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기폭력 예방 활동을 하는 단체 '기퍼즈 법률센터'의 린지 니컬스는 "이 총기는 전투지역의 병사들에게나 적합하게 쓰일 전쟁용 무기"라며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이를 금지하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총기 소지 자체가 원흉이라는 인식 하에 규제 강화가 꾸준히 추진돼 왔다. 일리노이를 비롯한 8개 주와 워싱턴DC는 이미 AR-15 등 반자동소총을 금지하는 법령을 통과시킨 바 있다.

반면 총기 옹호론자들은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폭력 억제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 통계를 봐도 살인사건에 AR-15 등 반자동 소총보다는 권총이 더 자주 사용된다고 이들은 항변한다. 총기 업계는 무기가 아니라 범행을 저지른 개인의 잘못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자유주의적 성향의 싱크탱크 독립연구소(II)의 데이브 코펠은 AR-15 등 돌격소총 사용 제한 움직임을 가리켜 "몇몇 특정한 총기를 금지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가능한 한 많은 총기를 금지하고자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최근 설문조사 동향을 보면 총기소지 찬반 여론은 양분된 상태로, 오히려 총기 금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약화하는 추세라고 NBC는 지적했다.

총기소지 금지의 효과를 두고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미국 전역에서 반자동 소총 소지가 금지됐던 1994∼2004년 총기 사망자 수가 줄어든 사실이 여러 연구 결과로 확인됐지만, 랜드연구소 등 분석에 따르면 총기 금지가 사망 감소로 연결된다는 결정적인 인과관계는 증명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AR-15 판매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 3년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총기 구매가 급증했으며, 특히 여성과 흑인 고객 사이에서 판매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준기자 illust7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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