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소심함이 필요한 1기 신도시 정비
1년 새 전국단위 개발로 확대
특별법으로 밀어붙일 일인지
'亂재개발' 되진 않을지 우려
지난주 필자는 '도시학술제'라는 교내 학술세미나에서 토론 좌장을 맡게 되었다. 현 정부의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약을 전국의 대형 택지개발지구로 확대한 구도로 담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후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관련 세미나였다. 이 법안은 노후 개념을 30년에서 20년으로 줄이고, 안전진단 특례, 500%로 상징되어 온 용적률 완화 등의 지원을 통해 1기 신도시의 광역적인 통합정비를 가능하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작년 1월 대선 전, 1기 신도시 5개 시장님들이 모여 '노후 1기 신도시 활성화 공동토론회'란 명칭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그때도 토론 좌장을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시장님들의 꿈은 소박했다. 어떻게 하면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1기 신도시의 정비를 해나갈 수 있을까였다. 대선 및 지방선거 과정을 겪으면서 그 소박한 꿈을 겸연쩍게 만든 500% 용적률의 재건축이란 정치적인 떡이 던져지더니, 1년 사이에 이를 합리화하려는 확대된 구도의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안)'이란 과도한 떡시루가 만들어졌다.
이번 세미나에서 필자는 논란 초기에 가졌던 부정적 의문들을 해소할 수 있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3개의 주제발표와 2시간에 가까운 토론이 이어지면서 필자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간간이 터져나온 행간의 얘기들을 필자 나름대로 정리하면 학계뿐 아니라, 1기 신도시 주민도, 시장님들도, 총괄계획가님들도 확신하지 못하는, 대도시권 도시구조가 바뀔 수도 있는 대규모 정비사업에 대한 구상이 '신속'이라는 강박에 밀어붙여지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세미나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1기 신도시가 왜 '특별'해야 하는가였다. 사회적으로 신속한 해결이 요구되는 상황에만 정당화되는 '특별법'이란 틀로 접근하면 많은 정책적인 지원이 따라간다. 하지만 왜 기존 도심지역에 30년, 40년이 넘어 정비사업이 시급한 지역들이 수두룩한데 20년 남짓의 1기 신도시 아파트단지에 온갖 특혜를 주어가며 재건축을 밀어줘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리가 제공되지 못했다. 1기 신도시는 비슷한 시기 '200만호 주택건설계획'으로 진행된 공급 드라이브 중 30만호 남짓을 담당했을 뿐이다. 공공주도의 정비사업 확대는 뉴타운사업에서 경험했던 정치적인 나누어 먹기 게임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1기 신도시를 넘어 전국적인 택지개발지구로 확대된 이번 특별법이 그런 현실을 보여준다. 결국 '난개발'이 아닌 '난재개발'의 문제를 촉발하는 악수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다음은 왜 '신속'해야 하는가이다. 단기적인 시장 상황 역시 신속을 논할 상황이 아니다. '신속'의 다른 단면은 '무리'다. 문재인 정부 말기 공급 확대 여론에 밀려 급조된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과 같은 신속 공급대책들이 서울시에서 무리한 용적률과 계획적 지원으로 밀어붙여지고 있다. 절차적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수용되고 있지만 향후 초래될 폐해에 대한 우려가 크다. 1기 신도시 재건축 확대 역시 신속 공급대책이었다는 맥락을 같이하며, 우려되는 문제점도 공유한다.
중단기적인 시장의 사이클이 거쳐갈 수 있지만 1기 신도시의 정비가 현실화되는 시점은 결국은 도시축소기와 겹쳐질 것이다. 뉴타운사업의 의미 있는 경험 중 하나는 정비사업을 광역적인 그림으로 추진하는 것이 절대 쉽지 않고, 시장 동력이 충분치 않으면 그런 과도한 계획적 욕심은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시장 압력을 고려한 국지적인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일반적인 정비사업의 해법으로 회귀하는 것이 소심해 보이지만 1기 신도시의 정비를 이끌어내는 현실적인 답이 아닌가 싶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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