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달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vs 8만 약사들 "철회하라"

정심교 기자 2023. 5. 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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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관에서 열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5.14.

정부는 6월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약사 8만 명의 단체인 대한약사회가 시범사업 실시 계획을 전면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가 충분한 대화 노력과 면밀한 연구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병원 근처에 자리 잡은 약국들은 비대면 진료가 제도로 안착하면 온라인상에서 약을 배송하는 플랫폼 업계에 수익을 빼앗길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앞서 정부가 오는 6월 코로나19의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하기로 하면서 '심각' 단계에서만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는 불법으로 몰릴 상황에 부닥쳤다. 이에 정부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시범사업을 통해 법제화 전까지 비대면 진료를 이어 나갈 방침을 세웠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건강 증진과 의료접근성 제고를 위해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른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달 중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계획을 마련한 후 6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14일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관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저지를 위한 전국 시도지부장 및 분회장 결의대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강행하려는 정부 정책에 대한 약사사회의 강력한 반대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날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은 "정부는 충분한 대화 노력도 없이 국민 생명과 안전은 도외시한 채 플랫폼업자의 이익과 사업 연장만을 위한 시범사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지난 3년의 시행 결과에 대한 어떠한 평가나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노력 없이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하려 하고 있다"며 "보건 의료체계를 국민건강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플랫폼 업자들 이익 챙겨주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 회장을 비롯한 전국 약사회 임원 등 참석자들은 정부의 시범사업을 반대하고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을 통해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는 질병의 치료나 예방과는 관계없이 편리하게 약을 처방받기 위한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한시적으로 허용된 정책이 단순히 국민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팬데믹 종료 이후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지난 3년간의 비대면 진료 현황이나 플랫폼의 행태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다양한 부작용과 한계가 드러났다"며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 형태로 지속하는 것은 국민 보건에 관한 국가의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이자 국민의 건강권을 심히 위협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아울러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코로나19 유행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시행한 초법적 조치를 엔데믹 상황에서 아무런 입법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고 시행한 것"이라며 "입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실시 계획을 전면 철회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배달을 코로나19 심각 단계 해제와 동시에 즉시 폐지 ▲한시적 비대면 진료에 대한 객관적 평가 및 개선 방안에 연구 실시 ▲환자 대면 원칙을 훼손하고 무분별한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퇴출 등을 촉구했다.

코로나19 유행 때 3414만 명 비대면 진료받아
앞서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 2020년 2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상향되면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바 있다.

15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서 받은 '의료기관 소재지 및 환자 주소지별 비대면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2년 10개월간 시행된 비대면 진료 건수는 3414만 건으로, 이 가운데 코로나19 외 비대면 진료는 689만 건이다.

그중 79%(541만 건)는 환자의 주소지 내 의료기관에서, 21%(147만 건)는 환자 주소지가 아닌 의료기관에서 이뤄졌다.

지역별 주소지 외 비대면 진료 비율은 전남이 41%로 가장 높고 강원 32%, 충남·경북 29%로 나타났다. 주소지 외 비대면 진료 비율이 낮은 지역은 대구 9%, 광주·전북 13%였다.

코로나19 비대면 진료의 경우 대부분 환자 주소지 내 의료기관을 통해 이뤄졌다. 코로나19 비대면 진료는 총 2678만 건이 이뤄졌으며, 환자 주소지 내 진료가 2500만 건(93%), 주소지 외는 178만 건(7%)이었다.

신현영 의원은 "감염병 시기에 활용한 비대면 진료 또한 진료목적과 대상에 따라 의료 이용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며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 논의가 충실하게 이뤄지기 위해 기존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동네 의원 접근성 제고를 위한 비대면 진료와 원격의료 목적의 비대면 진료의 활용 가치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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