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마음을 전하자
얼마 전 필자가 재직 중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MZ세대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던 적이 있다. 공단 직원 평균 나이는 39세로 굉장히 젊다. 이들과 부담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 메타버스로 진행했다. 익명의 힘 덕분인지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나의 개인적인 부분들을 많이 물어봤다.
그중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꽤 있었다. 나는 이 질문에 아내가 만든 김치볶음밥이라고 대답했다. 대단한 재료를 넣거나 특출한 음식은 아니지만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무심한 듯 만드는 아내의 볶음밥에서는 사랑이 느껴지기 때문에 그 어떤 음식보다도 맛있다.
내가 대전 서구청장이 되었을 때 당시 초등학생이던 딸이 가장 좋아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딸아이의 자랑은 실망으로 변했다. 아빠 얼굴을 볼 시간이 없으니 많이 서운했던 모양이다. 아내나 자식만 그렇겠는가. 부모님, 형제들 역시 일하느라 집안의 대소사에 제대로 참석하지 못하는 장남에 대해 섭섭한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일에 빠져 지내다 보면 앞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무정한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믿음이 있기에 다시 나의 일로 눈을 돌렸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성년의 날, 그리고 부부의 날이 있다. 얼마 전 많은 사람들이 5월을 부담스러워한다는 뉴스 기사를 읽었다. 다양한 기념일이 몰려 있다 보니 같이 식사라도 한 끼 해야 하는데, 최근에 물가가 많이 올라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꼭 금전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내 시간을 누군가에게 쏟아야 하다 보니 일분일초도 아까운 바쁜 현대 사회인에게는 이것도 부담인 모양이다.
하루가 다르게 사회·문화가 변화하면서 사람이 사는 형태도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 등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무척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최근에는 나를 최우선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것이 꼭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른다. 나도 가족, 친구, 주변인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일을 최우선해왔다.
내가 이렇게 지낼 수 있었던 것에는 사랑과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인정을 받는 것이 주변 사람의 희생에 대한 보답이라고 믿었고, 이 바탕에는 나의 마음이 변함없듯 그들도 역시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담이라고 생각하면 끝없이 부담스럽지만, 지금 이렇게 바쁘게 일을 하고 있다거나, 현실에 치이고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나를 믿고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바쁜 현대사회, 5월 가정의 달만큼은 부정적인 생각이나 부담에서 벗어나 변함없이 나를 믿고 사랑해주는 가족, 친구, 스승, 주변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면 어떨까.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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