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보단 연애 코치로 봐주세요"
성지인 '모두의 지인' 대표
# 무직 상태였던 박종현 씨(가명·32)는 지난 3월 한 결혼정보회사를 찾았다. 박씨는 커플 매니저와의 상담을 통해 6회 소개를 조건으로 가입비 250만원을 지급하고 성혼사례비 300만원을 약속했다. 박씨가 해당 업체를 알게 된 건 이 회사 대표가 운영하는 연애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다. 특별했던 점은 이런 것까지 묻나 싶을 정도로 이상형에 관한 질문이 구체적이었다는 것이다. 학력·연봉·직업·거주지뿐 아니라 흡연·음주·문신 여부와 성격유형검사(MBTI)도 확인했다.
듀오·가연 등 전통의 강호가 즐비한 업계에 유튜브를 통한 마케팅과 인공지능(AI) 매칭 방식으로 도전장을 내민 이가 성지인 모두의 지인 공동대표(38·사진)다. 성 대표는 결혼정보회사의 커플 매니저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결혼정보회사에는 두 종류의 매니저가 있는데, 커플 매니저는 회원 가입 절차를 돕고, 매칭 매니저는 만남을 주선한다. 2019년 8월 성 대표는 신민호 공동대표(37)와 결혼정보서비스 '모두의 지인'을 내놨다. 9년간 커플 매니저 생활로 축적된 회원 정보와 경험을 바탕으로 연애 상담 유튜버로도 나섰다. 지난달 KBS2 예능 방송 '홍김동전'에도 출연했다.
성 대표가 유튜브를 시작한 지 4년 만에 채널 구독자는 34만명으로 늘었다. 이 업체 설문에 따르면 회원 중 80%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오기에 마케팅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에도 외부 투자에 의존하지 않고 매년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매출은 2021년 21억원, 지난해 40억원을 기록해 창업 이래 매년 2배가량 성장하고 있다. 이성 간 만남이 귀해져 결혼정보회사 대다수가 특수를 누렸던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창업한 전략도 주효했다.
성 대표의 방송 철칙은 결혼정보회사 대표로 노출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을 등급으로 나눈다는 오해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서다. 그보다는 20·30대를 위한 연애 조언을 한다. 결혼은 안 해도 연애는 하고 싶은 MZ세대를 겨냥해 현실성 있는 나름의 답변을 내놓는다. 그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보다 진중하고, 기존 결혼정보서비스업체보다 젊은 느낌의 회사를 꿈꾼다"며 "유튜브 채널은 편하게 고민 상담을 진행하는 소통의 창구"라고 말했다.
모두의 지인의 차별점은 업계 최초로 4개의 특허를 받은 AI인 로보 어드바이저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경희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LG디스플레이에서 8년간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본 신 대표의 몫이다. AI는 약 2만명 회원의 세밀한 조건과 취향을 파악한다. AI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은 잘 맞을 거라는 가정 아래 후보군을 추천한다. 매칭 매니저가 모든 데이터를 기억하고 관리해 만남을 주선하기 어렵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신 대표가 낸 묘안이다. 이에 따른 성과로 2021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표창을 받았다.
물론 최종적인 만남 주선은 매칭 매니저의 몫이다. 매칭 매니저들은 연애 코칭을 겸한다. 10명의 매칭 매니저 평균 연령대도 30대로 비교적 젊다. 지난해 10월 서울 지하철 7호선 학동역 인근 신사옥으로 옮겨 가면서 메이크업실을 마련한 것도 만남이 성사되기 전에 회원들의 스타일링을 돕기 위해서다. 성 대표는 "상대방의 마음에 들게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효석 기자 / 사진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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