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연기만 해서 쓰겠소? 연극은 내 뿌리"
1963년 KBS 공채로 데뷔
젊은 시절엔 대표 미남배우
나이들어선 중후한 배역 맡아
틈틈이 연극통해 '자기 충전'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7년만에 연극무대 복귀
"배우란 창작하는 사람이자 예술가예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인정을 받느냐 못 받느냐 판단에 맡겨지죠. 흥행에 참패하거나 혹평을 받아도 그가 배우가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에요. 그저 그 역할에 실패했을 뿐이죠."
배우 박근형(사진)이 오는 2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7년 만에 무대에 돌아온다. 데뷔 60주년을 맞이해 택한 고전 중의 고전이다.
박근형은 "연극을 하던 1960년대 '세일즈맨의 죽음'을 처음 보고 감동이 밀려왔지만 그땐 너무 젊은 나이였다"며 "나이를 먹고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가 되니 동경하던 작품이 나에게 왔다"고 표현했다.
1963년 KBS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대중에게는 재벌가 회장, 부패한 정치인 역할 전문으로 친숙한 그다. 알고 보면 국립극단 대표배우로 3년간(1964~1967년) 활동하고 1968년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는 등 연극 무대가 그의 진정한 뿌리다.
"무대 연기는 배우의 예술이에요. 떠날 수가 없죠. TV 방송, 영화 같은 매체에 다른 이가 오고 가지만 내 생각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연극이에요. 회장 역할만 해서 쓰겠어요. 아니죠. 그럴 땐 연극으로 돌아와 새롭게 자기 충전을 합니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투철한 철학을 지닌 박근형은 후배 배우들의 '연기 교과서'로도 불린다. 그는 스크린과 브라운관 위주로 활동하던 배우들이 최근 연극, 뮤지컬 등 무대에 도전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것을 '자기 충전' '자기 계발'이라고 부른다"며 "어떤 역할을 하다가 한계를 느끼면 그걸 뚫을 길이 잘 없다. 배우는 별도의 훈련이나 무슨 이론 같은 것도 없으니 무대에 직접 올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현대 희곡의 거장으로 불리는 아서 밀러의 대표작이다. 1949년 브로드웨이 초연을 거친 뒤 퓰리처상, 토니상 등을 받으며 오랜 세월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1930년대 미국을 덮친 대공황 시기를 배경으로 30년간 세일즈맨으로 살아온 가장 윌리 로먼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수십 년이 지난 오늘까지 이 작품이 사랑받는 배경에 대해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나 가정사는 남에게 쉽게 말하지 못한다"며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녀, 부인, 집안에 대한 감정 등 어쩌면 내가 했던 경험들이 들어가 있다"고 전했다.
"세상을 살면서 다른 이에게 해가 되나 생각해야 합니다. 나는 편하자고 얘기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해악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가족을 데리고 강압적으로 대하는 것도 일종의 해악이죠. 그것을 모르면서 살다 보니 굴곡이 심해지기도 하고요. '과연 당신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한번 생각해보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그는 지난 60년 연기 생활을 돌이키며 "다른 때는 몰라도 연기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고 멋쩍어하면서도 "다시 태어나면 배우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왜 60년이 넘게 험한 구덩이 속에서 헤매며 이 짓을 해왔는지 생각하면 놀랍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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