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판 언제 바뀔지 몰라 … 반도체 생태계 전체서 실력 키워야"
특정 반도체 모델 과신은 금물
알고리즘 등 SW 인재 양성을
◆ 위협받는 AI주권 ◆
"현재의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미래의 대세가 될지 아직은 모릅니다. 과신은 금물입니다."
지난 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안정호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은 AI 반도체 열풍에 대해 이와 같이 밝혔다. 1978년생인 안 교수는 서울대에서 학사,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컴퓨터 구조 및 반도체 설계 분야 전문가다. 권위자로 손꼽히는 안 교수는 현재의 AI 반도체 열풍에 대해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두 가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제품 자체의 한계다. 국내 AI 반도체 업체들은 너도나도 대세인 엔비디아 제품에 비해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여러 제품군을 통해 굉장히 다양한 종류와 규모의 AI 모델을 지원하기에, 설사 일부 기능에 한해 국산 AI 반도체의 성능이 좋더라도 상용화 단계에서 쓰일지는 미지수다. 반도체는 설계와 시공(공정)이 모두 중요한데, 설계에서 얼마간의 우위가 있더라도 시공이 뒷받침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인 엔비디아는 TSMC의 주요 고객으로, 고성능·고효율의 최신 세대 공정까지 확보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로서는 이러한 경제적 진입장벽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게 안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고객사 입장에선 엔비디아 제품을 써왔는데, 일부 성능이 좋더라도 기존 제품과 호환이 되지 않거나 범용성, 효율성이 떨어진다면 국산 AI 반도체로 갈아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AI 모델의 빠른 변화다. AI 모델은 합성곱신경망(CNN·2010년대 초반), 순환신경망(RNN·2010년대 중반), GPT로 대표되는 트랜스포머(현재) 순으로 각광받아 왔고, 트랜스포머가 대세가 된 현재에는 이전 단계인 순환신경망 모델이 후순위로 밀려난 상황이다. 트랜스포머란 구글이 2017년 처음 발표한 논문에 등장하는 신경망 모델이다. 현재 유행하는 GPT란 용어 자체가 'Generative(생성하는) Pre-trained(사전 학습된) Transformer(트랜스포머)'일 정도로, 트랜스포머에 기반해 있다.
안 교수는 지금은 모델의 크기가 테라바이트에 이르는 트랜스포머 기반 초거대 AI가 각광받고 있으나, AI 기술의 판이 뒤집혀 전혀 다른 AI 모델이 5년 후 대세가 돼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한정된 자원으로 특정 AI 모델(예: 챗GPT)의 가속에 집중하는 국산 AI 반도체는 이러한 판 자체의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안 교수는 AI 기술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에 AI 반도체 생태계 전체의 실력 자체를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다양한 AI 모델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우리는 AI 반도체(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알고리즘, 시스템소프트웨어 등) 분야를 모두 이해하는 핵심 인재를 긴 호흡을 가지고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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