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전쟁에 애플·MS·구글 'AI 반도체' 독립선언, 한국은…
◆ 위협받는 AI주권 ◆
미국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올 들어 이달 12일까지 98%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시총은 반년이 채 안 돼 무려 3500억달러가 불어나 미국 내 시총 순위도 연초 13위에서 6위로 껑충 뛰었다. 단기 주가 급등으로 '거품론'이 일기도 했지만 기술력으로 잠재우는 모양새다. 시장에선 당분간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에서 독보적인 초격차 구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톱500'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92%로 AMD(5%), 인텔(1%) 등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경우 파운드리 세계 1위인 TSMC의 최우선 고객으로 대우받고 있어 공정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AI 반도체 고객사들은 엔비디아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해 호환 가능한지를 요구하는데, 이는 지난 수년간 엔비디아가 쏟아부은 연구개발(R&D)의 결과물로 구글도 바꾸지 못한 엔비디아의 진입장벽"이라고 말했다.
생성형 AI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함께 'AI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 이를 주도하기 위한 국가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빅테크들이 AI 반도체 강자 엔비디아 GPU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는 점이다. AI 생태계 선점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구글, 아마존 등 그동안 반도체 산업을 하지 않던 다수 테크 기업들이 이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추세다. 이들 기업은 AI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자사의 응용 분야에 특화한 AI 반도체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지난달 4세대 인공지능 반도체인 'TPU(Tensor Processing Units) v4'를 공개했다. 테슬라는 2021년 독자 설계한 AI 반도체 D1을 공개하고, 완전자율주행 보조 기능 등에 적용해 이용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지난해 12월 추론형 AI 반도체인 '인퍼런시아 Ⅱ'를 공개하고 현재 데이터센터(IDC)와 음성·영상 인식 서비스를 위해 칩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기업은 물론 네이버, KT 등 정보기술(IT) 기업들도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협력 관계를 맺었고, KT는 AI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리벨리온과 손잡았다. 리벨리온이 개발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은 KT의 IDC와 초거대 AI 서비스 '믿음'에 탑재될 예정이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자사 1세대 AI 반도체 '워보이' 개발을 마치고 삼성전자 파운드리 라인에서 본격적인 칩 생산에 돌입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엔비디아 등 초격차를 쌓고 있는 해외 빅테크와 비교했을 때 격차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AI 시장의 경우 파생되는 인프라 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국가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한 번 시장을 놓치면 향후 해외 생태계에 종속될 우려가 현장에서 감지된다. AI의 성능을 좌우하는 대규모 언어모델에 이어 AI가 접목될 각종 산업의 근간이 되는 최첨단 반도체까지 해외 빅테크 기업에 내줄 경우 국내 AI 생태계가 외산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챗봇 개발 열풍이 불면서 AI 핵심 반도체인 엔비디아의 GPU 'A100' 품귀 현상이 벌어진 바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IT 회사 바이두는 AI 챗봇 '어니봇' 공개를 앞두고 GPU가 부족한 상황에 처하면서 바이두 내 모든 조직에 A100을 빌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AI 반도체 자립 기술이 없으면 글로벌 빅테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합종연횡 모델과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 시장의 경우 플랫폼 자체도 중요하지만 파생되는 인프라 산업도 그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한 번 시장을 놓치면 생태계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경고다.
한편 '챗GPT' 열풍으로 AI를 사용하려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열풍 이면에 막대한 운영비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챗GPT의 경우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1만개가 넘는 엔비디아 GPU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현재 구글의 검색 구동 비용은 약 0.28센트(약 3.6원)지만, 챗GPT로 검색하면 이보다 7배 많은 2센트(약 26원)가 든다. 현재 전 세계 챗GPT 이용자가 1억명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챗GPT로 한 번씩만 검색해도 구동 비용이 적어도 200만달러(약 26억원)가 드는 셈이다. 챗GPT 외에도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 등 AI 기반 고도화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운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빅테크들이 이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들 기업은 AI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자사의 응용 분야에 특화한 AI 반도체 독자 개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황순민 기자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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