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HUG 전세보증보험도 불안···'이행 거부'에 날벼락 맞은 세입자
임대인, 개인정보 유출 이유로 협조 꺼려
올 1분기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지난해 34%로 급증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등으로 전국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전세 임차인이 속출하는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한 임차인에게 이행 거부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을 책임지겠다는 HUG의 상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UG는 2년 여 전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한 뒤 최근 보증 이행 청구를 신청한 30대 남성 A씨에게 면책을 통보했다.
상황은 이랬다. A씨는 2021년 2월 당시 서울에 소재한 한 빌라의 집주인이었던 B씨와 2억2500만원에 2년 간의 전세계약을 맺고 같은해 3월 입주했다. A씨는 80만원 상당의 보증료를 내고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도 가입했다. 입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B씨가 해당 빌라를 C씨에게 매도하자 A씨는 B씨를 통해 알게 된 C씨의 인적사항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임대인 변경 신청 작업도 마쳤다.
문제는 전세계약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발생했다. 전세 계약 종료를 5개월 여 앞둔 지난해 10월, A씨가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해 C씨에게 전세계약 종료 의사를 밝히자 C씨는 신규 임차인을 구해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반 하락하면서 해당 빌라가 깡통전세가 됐고, C씨의 체납으로 압류까지 들어와 신규 임차인을 찾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결국 A씨는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주택임차권등기와 보증 이행을 신청했다.
하지만 HUG는 A씨의 보증신청은 보증 면책 대상이라며 이행 거부를 통보했다. A씨가 전세 계약 종료를 통지한 휴대폰 번호의 주인이 해당 빌라를 매수한 C씨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동일한 휴대폰 번호로 C씨의 신분증 사진을 받거나 임대인 간 매매계약서를 제출해야만 하는데, A씨는 이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B씨와 C씨는 계약서를 작성한 부동산의 위치가 기억나지 않는 데다 매매계약서도 분실했다고 주장했고, C씨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신분증 사진을 보내주는 것을 거부했다. 구청도 개인정보를 이유로 매매계약서 공개를 거부했다. HUG와 구청을 전전하던 A씨는 C씨의 집 앞에서 수일 간 기다린 끝에 C씨를 겨우 만났고, 다행히도 오랜 시간 설득 끝에 신분증 사진을 받아 HUG에 제출할 수 있었다. A씨는 “신분증 사진 외에도 바뀐 임대인이 휴대폰 번호의 주인과 동일인임을 입증할 방법이 많을텐데 HUG는 무조건 사진 제출을 요구했다"며 “바뀐 임대인이 잠수를 타거나 이번처럼 협조하지 않을 경우, 혹은 기존 임대인이 휴대폰 번호를 바꾼 경우에도 모두 보증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건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업인 HUG도 구할 수 없는 정보를 일개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구해오라고 하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HUG 측은 “대개 임차인들이 어떻게든 임대인의 신분증 사진을 구해오다 보니 이로 인해 면책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전세는 사인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HUG가 자체적으로 계약 내용이나 계약자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만큼 임차인이 매매계약서나 임대인의 신분증 사진을 제출해야만 한다"고 해명했다. 다만 HUG는 현재까지의 면책 건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HUG에 따르면 2015년 7221억원에 달했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발급 건수는 지난해 55조4510억원으로 약 77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발급 받은 세대수도 3941세대에서 23만7797세대로 60배 늘었다. 보증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2015년 각각 1억 원과 1건에 불과했던 보증사고 금액과 사고 건수는 지난해 1조1726억원, 5443건으로 더욱 빠르게 늘어난 상태다. 보증사고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올 1분기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발급액과 발급세대수는 각각 18조7193억원과 8만118세대로, 이미 지난해의 34% 수준을 기록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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