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태양계 위성 王은 토성, 처음으로 위성 수 100개 넘어
1억년 전 충돌로 소형 위성들 양산
토성이 태양계에서 위성을 가장 많이 거느린 행성 지위에 등극했다. 위성 숫자가 100개를 넘은 첫 행성으로도 기록됐다. 목성은 지난 2월 토성을 제치고 최다 위성 보유 행성에 올랐으나 3개월 만에 권좌에서 내려왔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의 브렛 글래드먼(Brett Gladman) 교수와 에드워드 애슈턴(Edward Ashton) 박사 연구진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토성의 위성 62개를 새로 발견해 전체 위성 수가 145개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국제천문연맹(IAU)은 이달 말 캐나다 연구진의 관측 결과를 확정할 예정이다.
◇3개월 만에 다시 목성 눌러
지금까지 태양계 위성 왕은 목성이었다. 목성의 위성은 올 2월 12개가 무더기로 추가되면서 총 95가 됐다. 당시 83개 위성을 가진 토성을 제치고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위성을 거느린 행성이 됐지만 3개월 만에 위치가 다시 바뀌었다. 글래드먼 교수는 “토성은 위성 숫자가 거의 두 배 늘었을 뿐 아니라, 태양계 다른 행성들의 위성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고 밝혔다.
이번에 토성 위성이 크게 는 것은 관측 기술이 발전한 덕분이다. 연구진은 이른바 ‘이동과 중복(shift and stack)’이라는 기술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미세한 빛까지 관측했다. 연구진은 2019년부터 3년 동안 하와이 마우나 케아산에 있는 캐나다-프랑스-하와이 천문대(CFHT)에서 3시간 동안 토성의 이동 속도에 맞춰 연속 촬영했다. 이렇게 찍은 영상을 겹치자 밝기가 크게 증폭됐다, 덕분에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작은 위성들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연구진은 하와이 천문대에서 지름이 2.5㎞인 위성까지 추적했다.
새로 발견된 위성들은 대부분 모양이 제각각이고 토성과 반대 방향으로 돌기도 하는 불규칙 위성들이었다. 토성의 불규칙 위성은 58개에서 이번에 121개로 크게 늘었다. 토성의 불규칙 위성은 공전 궤도면의 기울기에 따라 이누이트, 골, 노르웨이 그룹으로 나뉜다. 연구진은 앞으로 새로 찾은 위성들에게 각 그룹의 신화 속 이름을 부여할 예정이다. 글래드만 교수는 이미 캐나다 원주민인 이누이트족 원로들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토성의 불규칙 위성들은 예전 다른 위성들이 충돌하면서 생긴 파편들이라고 추정했다. 이로 인해 상당수가 토성과 반대 방향으로 공전한다는 것이다. 글래드먼 교수는 “1억년 전 중간 규모의 위성이 토성을 역주행하다가 충돌로 조각이 났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많다”고 밝혔다.
◇토성, 목성 위성은 생명체 가능성도 커
토성은 태양계에서 목성 다음으로 큰 행성이다. 그만큼 중력이 커 많은 위성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두 행성에서 위성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목성이 다시 토성보다 위성이 많아질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이미 상당한 격차가 난 데다, 크기 별로 늘 토성 위성이 목성 위성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특히 토성과 목성의 위성에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순위 경쟁이 아니라 그곳에 생명체를 간직한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태양계에서 물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천체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다. 다른 곳처럼 슬러시나 얼음 상태의 물이 아니라 생명체가 탄생하기에 충분한 온도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6년 9월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과학자들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유로파의 남극 근처에서 물기둥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최대 200㎞까지 치솟는 장면을 포착했다. 나사는 2012년에도 높이 160㎞의 물기둥을 관측했다. 미국과 유럽의 공동 탐사선 카시니호는 2005년 엔켈라두스 남극에서 물기둥들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관측했다. 과학자들은 자기력과 중력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엔켈라두스 지하 40㎞에 최대 수심 10㎞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과학자들은 유로파와 엔켈라두스의 바다가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한 심해저(深海底)와 흡사한 환경을 가졌다고 본다. 1970년대 해양학자들은 심해저 화산지대에서 뜨거운 물이 분출되는 열수분출구(熱水噴出口)를 발견했다. 햇빛도 들지 않는 곳이지만 그곳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지구 초기에 이런 곳에서 생명체가 탄생했을 것으로 본다.
최근에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도 과학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나사가 오는 2027년 타이탄에 ‘드래건플라이(Dragonfly·잠자리)’란 비행 탐사선을 발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드래건플라이는 2034년 타이탄에 착륙해 헬리콥터처럼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토양 시료를 채취하고 생명체의 흔적을 추적할 예정이다.
타이탄의 바다는 지구보다 규모가 크다. 지구 전체 바닷물을 공으로 따지면 반지름이 690㎞인데, 타이탄은 1890㎞나 된다. 표면 얼음층 50㎞ 아래에 지구의 사해(死海)처럼 염분이 강한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목성 위성은 유럽우주국(ESA)의 무인 우주선인 ‘주스(JUICE)’가 탐사한다. 주스는 지난 4월 아리안5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 오는 2031년 7월 목성 궤도에 도착해 3년 반 동안 대형 위성들인 가니메데와 칼리스토, 유로파 등을 탐사할 예정이다. 위성 숫자 경쟁이 탐사 경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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