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도 반바지 입지 마’…사회복무요원 경위서 쓰게 한 법원

인권위 “행동자유권 과도한 침해” 판단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구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이 사회복무요원의 출퇴근길 반바지 착용을 금지한 것은 행동자유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

1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위는 서울고법 소속 사회복무요원들의 출퇴근 복장에 대해 과도한 제한을 하지 않도록 관련 부서 직원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윤준 서울고등법원장에게 권고했다. 서울고법은 인권위 권고에 따라 관련 직무교육을 시행하기로 했다.

사회복무요원 ㄱ씨는 2022년 8월16일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다가 자신을 관리하는 법원 직원 ㄴ씨로부터 ‘복무의무 위반’이라는 질책을 받고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았다. 서울고법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은 사복 차림으로 출근해 제복으로 갈아입은 뒤 업무를 시작한다. ㄱ씨는 “당시 날씨는 40도에 가까웠고 집중호우가 자주 내렸기 때문에 출근 시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이 일반적이었다”면서 “직원에 대해서는 복장을 규제하지 않고 사회복무요원의 복장만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ㄴ씨는 인권위 조사에서 “사회복무요원의 반바지를 통제하는 것은 내규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관습처럼 운영되어 왔고, 공공기관에서의 기본 품위 유지를 위해 서울고법에 부여된 범위 내에서 통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지침은 근무 시간 중 요원은 정해진 제복을 입고 직무를 수행해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서울고법 내규는 복장 착용 규정을 위반한 경우 구두경고 처분을 하고 3회 이상 위반 시 경위서 작성 처분하도록 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출퇴근 때의 반바지 착용 금지가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에서 유래하는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가 개인 용모에 대한 다양성을 폭넓게 존중하게 되면서 민간업체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직원들이 반바지 등 자유로운 복장을 입을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면서 “사회복무요원이 출퇴근 때 반바지를 착용한다고 해서 공공기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만든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또 사회복무요원 관련 규정은 근무 중 복장에 대한 제한 규정만 있을 뿐 출퇴근 시 복장을 제한하지는 않는 점도 고려됐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