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달을 점찍어 그린 우주 … 김환기 40년 화업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5. 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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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 회고전 18일 개막
유화와 드로잉 등 120점 전시
백자와 작가수첩 등 희귀 자료
50년대 스크랩북 등 최초 공개
15일 호암미술관 관계자가 김환기의 '우주'(왼쪽) 등 전면점화를 보고 있다. 환기재단·환기미술관

하늘과 달과 별과 점….

수화 김환기(1913~1974)가 40여 년을 바친 한편의 시(詩) 같은 그림들이 용인시 호암미술관에 걸렸다. 그가 표지를 그렸던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처럼 깊고 서정적이었다. 코로나19로 서울시 리움미술관에서 2020년 예정됐다가 취소된 김환기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 '한 점 하늘'이 3년 만에 오는 18일 막을 올린다.

이건축연구소 이성란 건축가에 의해 1년 반의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거쳐 재개관한 호암미술관의 첫 전시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앞으로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은 시기를 구분하지 않고 고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전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화와 드로잉, 신문지작업, 조각 등 대표작 약 120점이 전시된다. 유화는 88점, 점화는 15점이 포함됐다. 특히 작가가 애장한 달항아리를 비롯한 도자기와 화구, 선반, 10대와 청년 시절의 사진, 작가 수첩, 편지, 50년대 스크랩북 등 100여 건의 자료는 최초 공개된다.

이번 전시의 의미는 리움미술관 소장품과 이건희컬렉션으로 기증된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공립 미술관 소장품을 비롯해 알려지지 않은 소장가들의 희귀한 작품으로 작가 인생을 총괄해볼 수 있도록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 작가가 된 수화의 21세기 최대 회고전이자, 아마 다시는 볼 수 없을 규모의 전시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2층에서 시작되는 전시의 1부는 김환기의 예술이념과 추상형식이 성립된 193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까지의 작업을 소개한다. 달항아리, 산, 구름, 새 등을 모티브로 한국의 자연과 전통에 천착한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첫 공개되는 '창'(1940)은 달항아리 등을 화폭에 조화롭게 그려넣은 기학적 구성이 돋보인다. 1940년대 후반 작업으로 추정되는 '산'은 단풍에 물든 산세를 점을 찍어 그린 작품. 태현선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한국에서도 점화적 기법을 실험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여인들과 항아리'는 유족의 수첩을 통해 처음으로 1950년대가 아닌 1960년 작품임이 확인됐다.

2부는 김환기의 뉴욕 시대를 대표하는 전면점화를 한자리에 모았다. '야상곡'(1964)은 일기에 기록된 뉴욕의 첫 작품으로 수화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 붓 대신 나이프로 그림을 그렸다. 달과 산 등 풍경요소들이 선과 점, 색면으로 대체되는 '북서풍 30-Ⅷ-65'(1965), 김환기의 점화를 처음으로 알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6-IV-70 #166'(1970), '우주'라는 별칭으로 사랑받고 있는 '5-IV-71 #200'(1971) 등 전면점화들의 향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동양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하늘과 땅 24-Ⅸ-73 #320'(1973)은 전면점화 중 처음으로 공간을 지칭하는 제목을 직접 붙인 작품. 태 실장은 "푸른 점이 찍힌 하늘과 땅이, 화폭을 가로지르는 흰 선 하나로 능선을 통해 구분되고 안정감이 생겼다. 삶과 예술에 대한 사유를 깊이 있게 담았다"고 설명했다. 작고 한 달 전에 죽음을 예감하듯 그린 '17-VI-74 #337'(1974)로 전시는 마무리된다. 전시는 9월 10일까지.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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