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오한 영화의 바닷속으로 … 축제 닻 올랐다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3. 5. 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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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칸영화제 16일 개막
고레에다·앤더슨·로치 등
세계 영화 거장 '별들의 전쟁'
황금종려상 두고 21편 경쟁
'거미집' '잠' '화란' '탈출' 등
韓 장편영화 5편 초청작 선정

세계 최고 권위의 프랑스 칸영화제가 16일(현지시간) 닻을 올린다. 켄 로치, 고레에다 히로카즈, 웨스 앤더슨, 빔 벤더스 등 세계적 영화 거장이 경쟁 부문에서 겨루는 한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내털리 포트먼, 쥘리에트 비노슈 등 최고의 배우들도 레드카펫을 밟아 '별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올해 장편영화 21편이 칸영화제 본상인 경쟁 부문에 오른 가운데 최고 기대작은 칸에만 14회 초청받은 켄 로치 감독의 '오래된 참나무(THE OLD OAK)'다. 영국 북동부의 한 폐쇄된 광산마을에서 마지막 남은 펍인 'THE OLD OAK'를 그린 영화로 집값이 저렴한 까닭에 시리아 난민이 몰려들며 벌어지는 우정의 이야기로 알려졌다. 노동자와 소외자의 세계를 그려온 1936년생 로치 감독이 또 한 번 트로피를 거머쥘지 관심을 모은다. 로치 감독은 칸영화제 본상만 7개를 받았고 그중 2006년작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과 2016년작 '나, 다니엘 브레이크'는 칸 1등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배우 송강호가 작년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브로커'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괴물(MONSTER)'로 다시 칸 뤼미에르 극장에 앉는다. 미혼모의 아들이 살던 교외 마을에서 사소한 싸움이 벌어지고 이 싸움에 어른들, 심지어 언론까지 관여하면서 큰 사건으로 발전한다. '괴물'은 고레에다 감독의 16번째 장편으로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을 총괄해 더 주목을 끈다. 고레에다 감독은 '어느 가족'으로 2018년 칸 황금종려상을 이미 수상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특유의 색감과 미학을 보여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애스터로이드 시티(ASTEROID CITY)'도 기대작이다. 가상의 사막도시에 모인 이들이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도시에 격리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로 일찌감치 천재성을 보여준 빔 벤더스 감독의 '완벽한 날들(PERFECT DAYS)'의 배경은 도쿄다.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한 남성이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만나고 이를 통해 과거가 밝혀지는 이야기로 전해진다.

토드 헤인스 감독은 영화 '메이 디셈버(MAY DECEMBER)'로 칸을 찾는다. 주인공은 내털리 포트먼과 줄리앤 무어다. 악명 높던 타블로이드 로맨스를 겪었던 여배우들이 자신의 과거를 다루는 영화를 조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알려졌다. 베트남계 프랑스인 쩐아인훙 감독은 '도댕 부팡의 열정(LA PASSION DE DODIN BOUFFANT)'으로 칸을 찾는다. 주인공은 쥘리에트 비노슈로 미식가 도댕과 요리사 유제니의 인연을 담은 작품이다. 18세기 프랑스가 배경이다.

독일 아우슈비츠 수용소 옆에 사는 폴란드 가족을 그린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의 '흥미의 영역(THE ZONE OF INTEREST)', 명문고에 한 교사가 취직하면서 학생들과 '끈끈한' 유대를 맺는 제시카 휴스너 감독의 '클럽 제로(CLUB ZERO)' 등도 트로피를 두고 경쟁한다.

경쟁 부문 진출엔 비록 실패했지만 한국 장편영화 5편이 칸을 찾는다. 단편영화까지 합치면 모두 7편이다. 이렇게 많은 한국 영화가 같은 해에 칸에서 상영되는 건 유례를 찾기 어렵다.

김지운 감독, 배우 송강호·임수정·오정세 주연의 '거미집'은 올해 칸 공식 비경쟁 부문으로 초청받았다.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영화감독이 검열과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제목 '거미집'은 거미줄에 갇힌 감독의 심정의 은유로 이해된다. '거미집'과 함께 공식 비경쟁 부문 초청작으론 총 5편이 초청됐는데, 그중 한 작품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이다. 주인공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로, 그도 칸에 참석한다.

유재선 감독, 배우 이선균·정유미 주연의 영화 '잠'은 칸 비평가주간 초청작이다. 잠드는 순간 다른 사람처럼 변해 끔찍한 행동을 저지르는 남편이 자아내는 공포의 비밀을 파헤치는 아내의 스토리다.

배우 이선균은 이번 칸영화제 진출작이 무려 2편이다. 이선균은 배우 주지훈·김희원과 함께 주연을 맡은 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초청작 '탈출: PROJECT SILENCE'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한 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속에 붕괴 위기에 처한 공항대교, 그 위에 사람들이 고립되면서 극한의 사투가 벌어진다. 김태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창훈 감독, 배우 홍사빈·송중기·김형서 주연의 영화 '화란'도 이번 칸의 기대작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기댈 곳 없는 18세 소년이 조폭 중간두목을 만나 삶과 죽음의 위태로운 경계에 서는 모습을 그린 누아르 영화다. 김창훈 감독은 이번 영화가 데뷔작이어서 첫 영화 연출작에만 주어지는 '칸 황금카메라상' 후보이기도 하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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