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랜드마크'가 아니어도 괜찮아
시대의 건축은 도시를 밝히는 등불이다. 영감이 있는 공간에 앉아 그곳이 주는 참된 평안과 기쁨이 내면의 공간으로 침투할 때 평화를 누리는 건축으로 승화된다. 이러한 검소한 도시의 건축이 곳곳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순간의 쾌락과 속도, 경쟁 우선주의로 쉽게 유행이 변해가는 요즘 시대와 유행을 넘어서는, 깊이 있는 공간으로 오래 머물고 싶은 나만의 공간이 있어야 우리 내면이 쉼과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무한 경쟁의 치열한 도시 삶 속에 던져지는 도시민 일상, 그 안에서 생각 있는 건축가의 역할이 중요하며, 건축가로서 소명과 위상이 새롭게 정비돼야 할 시점이다. 건축 불모지인 한국에서 시대의 아픔을 건축으로 담아내는 우리의 미래 건축가가 태어나야 한다. 그저 부동산 척도 또는 좀 더 싸게 설계하기 위한 제품이 아니라 건축가의 철학과 노력이 손수 들어간 작품으로 빚어져야 한다. 그래야 도시에서 건축이 살고, 그 안에 사람이 살고, 다시 환경이 살아난다.
우리의 옛 건축은 요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검박하면서도 졸박해 자연에 그대로 스며들었고, 사람과 도시와 어울리면서 있는 듯 없는 듯 그러한 자연 일부로서 건축이었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과욕으로 가득 차지 않았고, 웅장함으로 주변과 풍경을 압도하지도 않았다. 그러한 우리의 정신은 국제주의 건축 영향으로 사라졌다.
요즘 건축물은 요란하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다. 도시에서 흘러나오는 소음과 더해져 정신을 혼란스럽게 한다. 자신만의 소리 즉, 내 소리만 내다보니 남들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그래서 도시와 자연, 사람이 소통하지 못하는 병든 도시 구조가 생겨난다. 도시와 사람이 살려면 주변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 속에 흙과 대지, 바람과 기후, 사람과 역사의 여러 이야기를 건축이 담아야 한다.
우리 건축이 부와 권력의 과시용이나 도시 시정 행정가의 치적으로 끝나선 안 된다. 여기저기에서 지어지는 모든 건축을 랜드마크라고 자랑한다. 그래서 건축이 시끄럽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아도 드러나게끔 하는 건축이 본질이다. 도시와 조직과 사람과 환경에 검박하면서도 졸박하게 삶을 담아내는 그저 그렇게 조용히 주변에 동화되는 검소함을 회복할 때 우리 공동체가 건축으로 인해 건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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