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백현동 의혹' 김인섭, 성남 '비선실세'…이재명과 오랜 교분"
기사내용 요약
2006년~2014년 李 선거 지원한 인연
"공무원들도 특수관계 잘 알고 있어"
"정진상에게 민간업자 요구사항 청탁"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사건 '로비스트'로 지목돼 구속기소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성남시의 '비선 실세'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과의 과거 친분을 이용해 사업 인허가권을 따냈다고 보고 이 대표 등 당시 성남시 관계자들의 배임 의혹을 수사 중이다.
15일 법무부가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공소장엔 김 전 대표가 2005년 하순께 시민운동을 하면서 이 대표와 친분을 쌓은 정황이 담겨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 나온 이 대표의 부탁을 받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이후에도 제18대 총선(2008년) 경선에서 선거사무장을 맡고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서도 이 대표 측에게 선거 대책 조언, 선관위 대응, 정책 발굴 등 이 대표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 및 후속대응 업무를 지원했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성남시장 선거를 앞둔 시점엔 이 대표의 선거사무실을 사비로 빌리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 후보가 해당 사무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선점해달라는 이 대표 측의 부탁을 받고 보증금과 임차료를 개인 돈으로 마련한 것으로 검찰은 조사했다.
또 김 전 대표는 당시 함께 선거운동을 하던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이 대표의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꼽혔던 '형수 욕설 파문'에 대한 대응방법 등을 조언하는 등 정 전 실장과도 수시로 선거 전략을 논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처럼 김 전 대표가 이 대표, 정 전 실장과 오랜기간 '정치적 교분'을 쌓았고 그로 인해 형성된 신뢰 관계가 백현동 사업 인허가 로비에 활용됐다고 봤다.
검찰은 "김인섭은 이재명·정진상과의 밀접한 관계 및 호남향우회 인맥 등을 이용해 성남시의 각종 사업에 대한 인허가 뿐만 아니라 성남시 공무원의 인사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소위 '비선 실세' 로 통했다"며 "성남시 소속 공무원들도 이들의 특수 관계 및 김인섭의 영향력을 잘 알고 있었다"고 적시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백현동 민간 사업자인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와 사업 추진 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이 대표와 정 전 실장과의 친분을 과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 대표가 각종 인허가 사항 해결과 자신의 이익 극대화에 대한 대가로 김 전 대표에게 사업 시행사 지분 중 일부를 약속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김인섭은 (정 대표로부터 받은 부탁을) 정진상에게 청탁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김인섭의 지인 김모씨는) 김인섭의 지시사항 또는 정 대표의 요구사항을 성남시 담당 공무원들에게 전달하는 등 소위 대관작업을 수행했다"고 했다.
검찰이 파악한 청탁 및 알선행위 중 하나는 주거용지 비율 확대이다.
당초 성남시는 부지 용도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주거용지와 R&D용지 비율이 최소 5대5는 돼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정 대표는 사업 수익을 위해 주거용지 비율을 높여달라고 부탁했고, 이후 전체 민간임대주택 공급 및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등의 조건과 함께 6대4 비율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가 사업 참여에서 배제된 배경에도 청탁 및 알선이 있었다고 본다.
정 대표가 성남도개공의 사업 참여에 따른 수익률 저하에 불만을 제기하자 김 전 대표가 "건물과 용지까지 기부채납하는데 성남도개공까지 참여시키면 사업 수익성이 너무 악화된다. 성남도개공이 사업에 참여하려면 부지 대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1200억원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정 전 실장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다른 사건으로 수감됐을 때에도 자신을 면회 온 정 전 실장에게 "지구단위계획을 넣었는데 한번 살펴보라. 부지 전체를 다 기부채납 하는데 성남도개공까지 들어오게 되면 사업이 어려워진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대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지난 2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김 전 대표를 먼저 재판에 넘긴 뒤 당시 성남시 공무원들의 배임 혐의 수사를 본격화한 상황이다. 최근엔 김 전 대표의 고향 후배이자 백현동 사업 당시 실무를 맡았던 성남시 공무원 김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검찰이 김 전 대표의 공소장에서 이 대표 및 정 전 실장과의 친분을 강조한 만큼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은 배임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공감언론 뉴시스 ram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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