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CEO 특강] 경험서 발견한 문제의식, 창업 아이템으로
연구실 문제점 찾아 사업 연결
국내 첫 시약관리시스템 개발
서울대 등 9000여곳서 이용
DB작업 6개월→5일로 단축
연구효율 개선에 획기적 기여
"국내 연구실 관련 시장은 생각보다 큽니다. 연구원과 관련 인원을 합치면 130만명이 넘고, 거래 물품을 다 합치면 46조원에 달합니다. 저희는 여기서 가능성을 봤습니다. 이 큰 시장이 스타트업에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사업을 벌인 것이죠."
김건우 스마트잭 대표(42)는 최근 한양대에서 열린 매경CEO 특강에서 '스타트업 살아남기'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김 대표는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전자에 재직하다가 2017년부터 대학 동기 2명과 사업을 시작했다. 옥탑방에서 출발한 스마트잭은 연구실 물품을 관리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업체다.
지난해 출시한 '랩매니저 프로(Pro)'는 연구실 환경에 필요한 시약 재고 관리 등을 하는 통합 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창립 당시 여러 연구실에서 시약 등 연구물품 관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았다"며 "물품 관리가 안 돼 비용 낭비가 만연했던 점에 착안해 시약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연구실 내 시약의 데이터를 모은 검색엔진과 사진 촬영을 통해 시약 라벨의 정보를 읽고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만든 것이 랩매니저 프로"라고 덧붙였다.
현재 샤넬코리아, 유한양행 등 기업과 대학 연구실 등 9000여 곳에서 랩매니저 프로를 이용하고 있으며, 2023년 1분기까지 기업의 누적 투자액은 55억원에 달한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김 대표는 방문한 연구실 현장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한 뒤 스마트잭을 설립해 연구실 제반 업무를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연구실 시장 규모는 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연구원은 131만명, 국내 연구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46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반해 연구실 기자재 관리 등을 통해 연구 효율을 높여줄 만한 시스템은 부재했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잭이 연구실 환경 개선사업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랩매니저 프로가 연구 과정에서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그는 "랩매니저 프로를 통해 서울대 1만7000여 개, 유한양행 2만여 개의 시약을 정리했는데 목록과 사용 기록 작성 등 기존 방식으로 6개월이 걸리는 작업을 5일 만에 해냈다"고 밝혔다. 랩매니저 프로에 시약을 등록하면 약 50만종의 제조사 물질안전보건자료(MSDS)가 자동으로 연동돼 유해화학 및 특별관리물질에 대한 사용 일지가 자동 생성된다. 이 밖에 안전·재고 관리를 위한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랩매니저 프로가 출시되기까지 회사가 겪은 '데스밸리(Death Valley)'를 설명하면서 창업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데스밸리는 스타트업이 자금 부족 등으로 사업화에 실패하는 기간을 뜻하는데, 스마트잭 역시 사업 초기에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개발자들이 대거 퇴사하는 위기도 있었다. 그는 "유능한 인재들은 회사와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며 "비전 있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조직을 체계화하는 등 개선 작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또한 꾸준한 투자 유치에 열중한 결과 투자사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회사 운영에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됐다. 사업 성과도 확대돼 스마트잭은 화학물질 정보 1억1000만개, 시약 정보 350만개 등 연구실 관련 데이터를 국내 최다로 보유하게 됐다. 이를 활용해 화학물질 검색 기능을 가진 시스템은 국내에 스마트잭이 유일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랩매니저 프로의 안정적인 판매로 인해 스마트잭은 손익분기점에 다가서게 됐다고 김 대표는 소회를 밝혔다. 끝으로 그는 강연을 들은 학생들에게 "외부의 시선에 따라 움직이지 말고, 스스로를 감동시키는 일을 하라"며 "내적 동기를 촉구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 실현시키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오재현 기자 / 박소은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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