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간첩단 사건 “北 공작원 김명성 맞나”

송은범 기자(song.eunbum@mk.co.kr) 2023. 5. 1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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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접선 당시 찍은 동영상·사진
軍 출신 북한이탈주민 “공작원 김명성”
증인 예고… 국정원 수사 적법성도 도마
국참 놓고 검찰 “서울중앙지법도 배제해”
변호인 “검찰이 증거 이용해 국참 방해”
국정원이 지난해 11월 9일 강은주씨 자택을 압수수색 하고 있는 모습.[매경DB]
제주에서 북한의 지령을 받고 이적 행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진보정당·농민단체 관계자들의 재판에서 ‘국민참여재판’과 ‘증거능력’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15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은주씨(53·여)와 고창권씨(53), 박현우씨(48)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주된 혐의점에 대해 검찰 측과 변호인 측에서 쟁점을 미리 정리하고 공판을 어떻게 진행할지 조율하는 자리로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이뤄지는 절차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진보정당 제주도당 위원장을 역임했던 강 씨는 지난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 간첩 통신교육 및 장비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강 씨는 2018년 12월 제주에서 고 씨(도내 농민단체 관계자), 박 씨(진보정당 제주도당 위원장) 와 ‘ㅎㄱㅎ’ 결성을 준비했고, 2022년 8월에는 북한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조직결성 지침과 조직 강령·규약을 하달 받고 노동, 농민, 여성 등 부문 조직을 결성해 운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지령에 따라 강 씨는 자신의 정당 당원 현황이나 박 씨가 제공한 ‘노동 부문 보고서’ 등을 북한에 보고했으며, 고 씨도 ‘전국민중대회’ 및 ‘한미 국방장관 회담 규탄 기자회견’을 통해 반정부 활동을 선동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북한에 보고할 때는 강 씨가 주도했는데, 구글 등 클라우드 사이트 아이디·암호를 공유, 여기에 암호화된 문서를 올려 정보를 주고받는 ‘드보크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북한 지령문 13건, 대북보고문 14건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공개한 지령문 내용을 보면 △(북한에서 보내준 강령·규약을) 모임에서 거수 가결하고, 이후에는 혈서를 쓰거나 맹세문을 발표하는 방법으로 결의를 다질 것 △조직 구성원들이 김정은의 시정연설에서 제시된 대남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사업을 조직할 것 △통진당 사건 때와 같이 공안 탄압을 가해올 수 있으므로 각성을 높일 것 등이다.

제주지방법원.[송은범 기자]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는 검찰 측이 확보한 증인·증거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강 씨가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할 당시 국정원 수사관이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증거로 제출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협조한 탈북민 A씨가 동영상·사진 속 북한 공작원을 ‘김명성’이라고 지칭한 상황이다.

강 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예고한 증거·증인은 대부분 압수 관련”이라며 “물적 증거는 당시 국정원 수사관이 촬영한 동영상·사진, 그리고 김명성의 얼굴을 알아봤다는 탈북민 뿐이다. 향후 해당 탈북민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겠다. 아울러 국정원 수사관이 동영상과 사진을 촬영한 행위에 대한 적법성도 따지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참여재판 여부에 대해서도 검찰과 변호인은 날을 세웠다.

이날 검찰은 “이번 사건과 유사한 서울중앙지법 국가보안법 사건과 관련해 최근 국민참여재판 배제가 결정됐다”며 “주된 사유는 방대한 증거로 인해 (배심원들이) 단기간에 심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A씨의 변호인은 “검찰은 언론 보도 기사, 공개된 정보 등까지 무작위로 제출했다. 그 숫자만 1400여개에 달한다”며 “핵심 증거는 200개 내외로 보인다. 검찰이 (불필요한 증거까지 제출해) 오히려 신속한 재판을 방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변론을 모두 청취한 진 부장판사는 다음 달 5일 오후 2시에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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