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낫은 이현이었다…“기술로 음악적 고민 보완”

2023. 5. 1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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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음악·기술 융합 프로젝트
‘1호 가수’ 이현, 미드낫으로 재탄생
17년차 가수의 고민에서 출발
AI 기술로 목소리 성별·언어 변환
K-팝의 언어적·공간적 한계 넘어
미드낫 이현 [하이브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하이브의 기반을 닦은 ‘1호 가수’ 이현이 차세대 K-팝 전략 중 하나가 될 ‘인공지능 기술’을 입고 새롭게 태어났다. 이현의 첫인사도 이전과는 달랐다.

“안녕하세요. 신인가수 미드낫(MIDNATT) 입니다. 최근 나온 K-팝 그룹들은 5세대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5세대의 선두주자라는 수식어를 듣고 싶습니다. (웃음)”

하이브는 15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음악과 인공지능 기술을 융합한 ‘프로젝트 L’의 주인공 미드낫(이현)을 소개, “언어의 제약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아티스트의 상상력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날 미드낫은 차세대 기술을 융합, 6개 국어로 된 새 디지털 싱글 ‘마스커레이드’(Masquerade)를 발표했다.

정우용 하이브 IM 대표, 미드낫, 신영재 빅히트뮤직 대표 [하이브 제공]
가수 이현의 고민…새로운 기술과 만나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2007년 그룹 에이트로 데뷔, 올해로 17년차가 된 가수 이현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이현은 “미드낫의 시작은 나의 음악적 변화의 간절함이었다”며 “지금 제 인생에 있어서의 고민과 음악에 대한 고민이 잘 담겨있는 콘텐츠다”라고 말했다.

“그간 많은 분들이 제 발라드를 좋아해주셨고, 그것을 원동력 삼아 음악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럼에도 제 안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어요. 미드낫은 어쩌면 이현의 또다른 자아예요. 미드낫을 통해 저의 진정성을 알아봐 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대중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서고 싶은” 이현의 음악적 고민을 풀기 위해 하이브는 ‘기술’에서 답을 찾았다. 신영재 빅히트뮤직 대표는 이날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경계를 확장하는 데에 기술이 있었고, 새로운 시도에 거부감이 없는 아티스트(이현)가 있어 이번 프로젝트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미드낫의 신곡 ‘마스커레이드’는 일렉트로닉 기타와 복고풍 사운드의 신스웨이브 장르다. 이 곡엔 다양한 기술이 구현됐다. 보이스와 비주얼 기술이 더해졌고, 뮤직비디오에선 가상 공간을 표현하는 XR(확장현실) 기술이 적용됐다.

보이스 기술은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과 ‘보이스 디자이닝 기술’이 담겼다. 올해 초 인수한 AI 오디오 기업 수퍼톤의 기술을 적용했다. 특이점은 미드낫의 신곡이 6개 언어를 입어, 전 세계에 동시에 공개됐다는 점이다. 한국어는 물론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베트남어 등 “전 세계 80억 인구 중 절반 가량이 사용하는 언어”(신영재 빅히트뮤직 대표)다. 한 음원이 여러 언어로 세상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하이브의 인터랙티브 솔루션 자회사 하이브IM의 정우용 대표는 “미드낫이 6개 언어로 노래를 불러 녹음한 뒤 변환 작업이 진행됐다”며 “원어민의 내레이션 발음을 데이터로 녹음하고, 아티스트 가창 데이터에 내레이션 발음 데이터를 적용하는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구현했다”고 말했다. 내레이터의 음성 데이터에선 발음과 강세만 가져오고, 미드낫 고유의 음색과 음정 등의 가창 스타일은 살렸다.

보이스 디자이닝은 새로운 음색의 보이스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 역시 미드낫의 목소리를 토대로 여성 음색을 만들었다. 여성의 음색을 미드낫이 부른 구간에 합성, 미드낫 고유의 가창 스타일을 보전하면서도 여성 음색을 표현했다. 정 대표는 “새로운 기술과 트렌디한 사운드가 들어간다고 해서 아티스트의 진정성을 포기하면 안된다고 판단했다”며 “아티스트가 전하고자 하는 목소리를 왜곡하지 않고, 이를 다양한 목소리와 언어로 담았다”고 말했다.

적용된 음성 기술은 라이브에서도 구현이 가능하다. 미드낫이 현장에서 라이브로 노래하면 관객에겐 해당 파트가 실시간으로 여성 목소리로 들린다. 이현은 “음악 환경이 변화하며 오토튠(음정 보정)이 생기고, 그것이 라이브 현장에서 적용되는 것을 보면서 이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소위 말하는 발성 가수들의 고민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고, 더이상 오토튠을 거친 음악을 이상하게 듣지 않게 됐다. 새롭게 적용한 음색과 언어 변환 기술도 같은 과정을 겪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이번 프로젝트는 “아티스트 이현의 색채를 확장한 프로젝트”(신영재 대표)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기술보다는 음악과 아티스트의 음악적 진정성을 추구한다는 것에 방점을 뒀다.

때문에 미드낫의 음악에도 가수 이현의 고민이 고스란히 투영됐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자아를 고민하는 미드낫의 이야기”는 이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화려했던 과거를 절박하게 그리워하면서도 미래를 위해 과거를 떠나 ‘변하고 싶은 마음’도 담았다. ‘간절한 자아’의 역설적인 고민이라는 것이 하이브의 설명이다.

뮤직비디오에도 이런 이야기가 담겼다. 정우용 대표는 “뮤직비디오에 총 3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미드낫의 내적 갈등을 세 개의 자아, 모순의 굴레라는 형식으로 표현했다”며 “‘더 나은 나’로 거듭나려면 꼭 과거의 나를 부정하고 버려야 하는 걸까, 그것 또한 나라는 ‘그리움을 품은 희망’을 그리고 싶었다. 이것은 비단 미드낫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색적인 도전을 시도하며 이현은 모든 것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새로운 아티스트로 서기 위해” 수염과 머리도 길렀다. 그는 “미드낫으로 보여주고 싶은 음악적 색깔엔 지금 같은 외모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새로운 마음가짐을 담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가 이어질수록 고민도 커졌다. 그는 “하나부터 열까지 고민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며 “변환 기술이 들어가지만, 6개 언어를 높은 완성도로 부르는 것에 욕심을 냈기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괴리도 느꼈고, 새로운 음악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두렵고 겁도 났지만, 이제 미드낫이 됐으니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이겨내려 한다”고 했다. 미드낫의 무대는 오는 6월 위버스 콘서트를 통해 공개된다.

신영재 빅히트뮤직 대표[하이브 제공]
기술과 음악의 만남…K-팝의 새 미래 제시

이번 프로젝트는 앞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의 음악지 빌보드 매거진 4월호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하이브 다음 핵심 전략 중 하나”라며 언급,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방 의장은 수차례 ‘K-팝 위기론’을 언급, 새로운 돌파구로 기술과의 융합을 강조했다. 공개된 하이브의 ‘프로젝트L’은 기존 K-팝이 시도하지 않은 기술을 적용했다. 하이브는 ‘K-팝과 기술의 만남’을 통해 K-팝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신 대표는 “결국 K팝은 콘텐츠 경쟁력을 얼마나 높이는 지가 관건이다”라며 “언어 변환 기술을 통해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K-팝 아티스트가 활약하는 데에 언어적 제약을 덜어주고, 다양한 언어권의 팬들에게 도달하게 된다면 우리가 가진 고민들을 해결할 단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의 융합이 K-팝이라는 장르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며 영향력을 확대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미드낫을 통해 시도한 기술의 구현은 추후 하이브의 다양한 아티스트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우용 대표는 “미드낫 외에도 하이브 레이블즈 소속 아티스트의 기존 음원에 적용하거나 또 다른 콘텐츠로의 확장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아티스트와 여러 기술 스타트업과의 협업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음악과 기술의 만남은 산업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우리는 음악, 기술 융합을 통해 콘텐츠를 더욱 다채롭게 선보일 방법을 계속 찾아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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