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가 베트남의 사랑채 되길"...베트남마을 조성 박차
13, 14일 봉화 '한·베 문화교류캠프' 계기로 민간교류 확대
충효당, 베트남마을 예정지 답사...리 왕조 역사해설도
7월 봉화은어축제에도 '베트남의 날' 선정, 교류
경북 봉화군이 추진하는 베트남마을 조성 사업을 위해 국내 베트남인과 가족들이 발벗고 나섰다. 봉화군도 지난 14일 봉화에서 개최한 '한국-베트남 문화교류캠프'를 계기로 베트남과 민간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15일 봉화군에 따르면 지난 13, 14일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 충효당에 베트남의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성 20여 명이 양 손에 연꽃 모형을 들고 나타나 앞마당을 도는 등 '꽃의 춤 예식'을 선보였다. 양국의 어린이 15명도 애국가와 베트남국가를 번갈아 부르면서 우의를 다졌다.
이날 어린이 34명 등 한·베 다문화가정 35개 가족 총 100명은 충효당을 찾아 리 왕조 유적 답사에 나섰다. 리 왕조는 베트남의 첫 독립왕조로, 1226년쯤 6대 왕인 영종의 7남인 이용상이 고려로 온 뒤 '화산군'에 봉해지면서 화산이씨의 시조가 됐다. 봉화에 정착한 후손들은 80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임진왜란때 전사한 화산이씨 이장발을 기리는 충효당과 유허비, 베트남마을 조성 사업지에서 리 왕조의 유래와 우리나라 정착을 둘러싼 해설을 듣고 재실에 꽃을 올렸다. 참배를 마친 가족들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인근 국립청소년미래환경센터에서 가족소개와 봉화바로알기퀴즈, 가족엽서 작성 등 즐겁고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이날 출제문제 중 청량사를 지은 사람과 리 왕조의 후손인 화산이씨의 시조를 묻는 말에 "원효대사", "이용상"이라는 정답이 곧장 쏟아졌다. 가족엽서에는 '어머니의 마을에 가보고 싶어요'라는 내용과 '베트남마을의 모습이 궁금해요'라는 등 내용이 주를 이뤘다.
도옥 루이엔 주한베트남공동체 대표는 "어려운 타향 생활에도 우리 조상이 한국에서 충효의 정신과 훌륭한 업적을 남겨주신 데 큰 힘과 자부심을 느낀다"며 "봉화에 베트남마을이 조성돼 베트남의 전통을 계승하고 지키는 등 조상들의 깊은 뜻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봉화군은 오는 2027년까지 봉성면 창평리 일원 부지면적 11만8,890㎡에 국비 1,600억 원 등 총사업비 2,000억 원을 들여 문화공연장과 방문자센터, 교육시설 등을 갖춘 베트남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봉화군은 이를위해 지난 1~5일 군과 군의회 등 관계자 17명으로 우호방문단을 구성해 베트남 현지에서 황바휘 박닌성 뜨선시장과 부엉꾸억투언 박닌성 상임부성장, 오영주 주베트남 대사 등 관계자들을 만나 사업의 당위성과 필요성 등을 설파했다.
지난 3일에는 리 왕조를 기리는 덴도축제 수상행렬에 참가해 덴도부터 응떰사원까지 2.5㎞ 거리를 3시간동안 행진하면서 현지 주민과 교류했고, 다음날인 4일에는 천도제까지 올리면서 베트남마을 조성 사업에 대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베트남 측의 반응도 뜨거웠다. 뜨선시장과 박닌성 상임부성장은 "베트남마을 조성 사업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가능한 범위에서 사업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오 대사도 "봉화군과 뜨선시의 자매결연과 사업홍보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베트남마을 조성에 대한 현지 호응을 확인한 봉화군은 국내에서도 여론을 환기시킬 계획이다. 오는 7월 열릴 예정인 봉화은어축제에서도 축제 기간 중 하루를 '베트남의 날'로 선정해 베트남공연단을 초청하고, 추석에는 베트남의 추석인 '뗏쭝투' 행사도 여는 등 베트남과 활발한 문화적·인적 교류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봉화군은 또 국내 베트남 다문화인의 참여를 통해 사업의 추진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리 왕조 관련 유적지 탐방과 역사교육으로 양국간 민간외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봉화군은 올해 중으로 뜨선시와 자매결연을 추진하고 사업대상지 일대의 주민들과 소통하는 등 구체적인 사업 추진에 들어간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리 왕조의 후손이 조상의 발자취가 있는 봉화군에 방문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봉화군이 베트남인들의 사랑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수현 기자 yv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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