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공감의 힘, TV 예능 휩쓰는 ‘우먼파워’[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3. 5. 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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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에서 지난 12일부터 방송된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 시즌 2’ 포스터. 사진 tvN



2000년대 중후반 ‘여걸식스’ ‘무한걸스’ ‘영웅호걸’ 같은 버라이어티 이후 안방의 예능은 한동안 남성 중심으로 흘렀다. 송은이나 박나래, 김숙, 안영미 등 뜻있는 예능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뛰어놀 수 있는’ 여성 버라이어트의 확대를 소망하기도 했다.

이제 무게의 중심축은 어느새 기울어져 여성 버라이어티가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가 됐다. 서바이벌 예능이나 스포츠 예능 등 다큐멘터리 요소가 짙은 프로그램부터 리얼 버라이어티 등 게임의 요소가 주가 되는 예능에까지 ‘우먼파워’가 미치기 시작했다.

나영석PD가 연출하는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락실)은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12일 첫 방송 된 ‘지락실’의 시즌 2는 1회부터 시청률조사업체 닐슨코리아 집계에서 케이블, IPTV, 위성 통합 유료 플랫폼 기준으로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4.0%, 최고 5.0%. 전국 가구 기준으로는 평균 3.5%, 최고 4.7%를 넘어섰다. 케이블 및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였고, 타깃인 2049 시청률은 지상파 포함 전채널에서 1위에 올랐다.

ENA 예능 ‘혜미리예채파’ 포스터. 사진 ENA



프로그램은 KBS2 ‘여걸식스’ 조연출 이후 ‘1박2일’이나 ‘신서유기’ 등 남성 버라이어티에 강점을 보였던 나PD가 거의 15년 만에 연출한 여성 버라이어티였다. 해외 곳곳을 다니며 게임을 한다는 점에서는 ‘신서유기’의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출연자들이 달랐다.

1991년생인 이은지가 리더로 1995년생 미미(본명 김미현)에 2002년생으로 Z세대의 정수인 이영지, 2003년생 아이브 안유진까지 멤버 전원이 MZ로 짜여 나PD의 작품치고는 나이대가 대폭 낮아졌다.

게다가 단순히 게임에 몰입하는 것이 아닌 나PD를 거침없이 “영석이 형”으로 칭하고 MZ세대 특유의 텐션을 보이는 등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립을 적절히 그려내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오는 3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사이렌:불의 섬’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비슷한 계열로는 ENA에서 방송 중인 ‘혜미리예채파’도 있다. 김태호PD의 제작사 TEO에서 제작한 ‘혜미리예채파’는 ‘놀라운 토요일’ 출신 이태경PD가 연출했으며 혜리, (여자)아이들 미연, 리정, 예나, 르세라핌 채원, 파트리샤 등 6명의 여성들이 게임을 하며 텅 빈 집의 세간살이를 채우는 줄거리를 하고 있다. ‘지락실’과 비슷한 형식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으나 일단 이러한 예능이 화제성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2020년대 초반부터 SBS ‘골 때리는 그녀들’ 등의 스포츠 예능으로 태동한 여성 버라이어티의 전성시대는 게임 예능을 거쳐 서바이벌 예능 등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오는 30일 공개하는 ‘사이렌:불의 섬’은 여성 연출자 이은경PD가 연출하는 최초의 여성 피지컬 예능이다. 군인, 소방, 경찰, 운동선수, 경호, 스턴트 등 6개 직군의 여성 24명이 직군의 명예를 걸고 맞닥뜨리는 과정을 다룬다.

또한 그에 5일 앞선 오는 25일 공개되는 tvN의 ‘댄스가수 유랑단’은 이효리를 비롯해 김완선, 엄정화, 보아, 화사 등 1980년대부터 1990년, 2000년, 2010년, 2020년대를 수놓은 여자 솔로댄스가수들의 활약을 다뤘다.

오는 25일 첫 방송되는 tvN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 포스터. 사진 tvN



김태호PD가 연출해 지난해 방송했던 티빙 ‘서울 체크인’에서 이효리가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다섯 명의 댄스가수들이 전국을 유랑하면서 각지에서 즉석공연을 벌이고 무대, 관객과 만나는 에너지를 받는 과정을 다뤘다. 이미 이들은 ‘서울 체크인’을 통해 호흡을 맞췄고, 동질감으로 오랜 기간을 다져온 사이라 무대 위와 무대 밑 자연스러운 모습이 기대를 모은다.

여성 버라이어티의 확장은 드라마에서 여성 서사 작품의 증가와 함께 K-콘텐츠의 동력으로 작동 중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지속돼 왔던 남성 중심의 버라이어티가 새로운 시대의 분위기 속에서 분화되고 서서히 여성 위주로 재편되고 있음을 최근의 신작들은 보여주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새롭게 기획되는 예능들도 여성 중심의 서사가 많이 담겨있다”며 “목표지향적인 남성 버라이어티에 비해 과정이나 공감이 중심을 둔 점도 새롭게 생겨난 경향”이라고 전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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