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 이어 이사장 사퇴···개막 5달 앞두고 휘청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지난주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인 부산영화제는 개막을 5개월 앞두고 격랑에 휩싸였다.
이 이사장은 15일 부산 지역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31일쯤 허 집행위원장을 복귀하도록 설득하고 사태가 정리되는 대로 물러나겠다”고 했다.
지난 12일 부산영화제는 허 위원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허 위원장은 사의 표명 이유를 상세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난 9일 임시총회의 결정이 사퇴 배경으로 풀이된다. 임시총회가 조종국 전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을 운영위원장으로 위촉하면서 영화제는 공동위원장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당시 영화제 측은 “허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기획, 신인 감독 및 작품 발굴 등 영화 관련 업무에 집중하고 조 위원장은 법인 운영, 일반 사무, 행정, 예산 관련 업무를 총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은 허 위원장 복귀를 요구했다. 협회는 “허 집행위원장은 영화계 안팎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으로 대다수 영화인들은 그가 앞으로도 한동안 부산영화제를 이끌어 나가야 할 적임자라 생각한다”며 “잘못된 결정을 철회하고 허 위원장의 복귀를 위한 노력을 천명해야 한다”는 성명을 15일 발표했다.
영화제를 5개월 앞두고 집행위원장과 이사장직이 공석이 되면서 영화제 개최와 구성이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개·폐막작 선정, 전체 초청 영화 선정과 조율, 감독과 배우 초청 및 섭외 등 굵직한 업무 등을 처리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영화제는 오는 10월4일부터 23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영화제 측은 당장 16일 개막하는 칸국제영화제부터 집행위원장 없이 참석하게 됐다.
올해로 28회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도쿄·홍콩 국제영화제와 함께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꼽힌다. 이 이사장은 전양준 전 집행위원장,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등과 함께 1996년 영화제를 창립한 원년 멤버다. 그는 수석 프로그래머, 부집행위원장, 집행위원장 등을 거쳐 이사장을 지내다 2014년 ‘다이빙벨 사건’으로 사임했다. 당시 새누리당 소속 서병수 부산시장이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 취소를 요구했고, 영화제는 예정대로 영화를 상영했다. 사퇴 압박을 받고 사임한 그는 2018년 이사장직에 복귀했다. 이 이사장이 다시금 사의를 표명하면서 창립 멤버 3인방이 모두 부산국제영화제를 떠나게 됐다.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은 2017년 칸국제영화제 출장 중 프랑스 현지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전양준 전 집행위원장도 2021년 25년간 몸담았던 영화제를 떠났다.
영화전문기자 출신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과 부산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공동운영위원장 등을 지낸 오동진 평론가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이 이사장과 허 집행위원장의 노선 갈등이라기보다는 서로 영화제를 프로그램 중심으로 볼 것인지, 예산과 경영 위주로 볼 것인지 타고난 DNA가 달라서 벌어진 일일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모든 영화제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 영화제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담론 조성이 필요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영화제에 대한 담론이 바뀌고 세대 교체가 일어나야 하는 시기다. 28년 했으면 오래하지 않았나”라며 “다만 퇴진 의사가 있더라도 차기 집행부를 꾸리고 단계적으로 물러나야 한다. 영화제가 5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사퇴하는 것은 책임감 없는 자세”라고 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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