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찾은 MB "尹, 용기 있는 사람…잘하고 있다"(종합2보)
6㎞ 걸으면서 "건강 회복 중"…"이명박 구속하라" 대치 상황도
(서울=뉴스1) 신윤하 이균진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은 15일 사면 이후 세 번째 공개 행사로 MB(이명박)정부 인사들과 청계천 산책에 나섰다. 그는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다"며 "대통령이 일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을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칭하며 한일정상회담 등 외교에 대해 "역사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잘 하시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계천을 사랑하는 모임(청사모)이 주관하는 '청계천 걷기 행사'에 참석했다. 청사모 회장인 장석효 전 서울시 부시장이 이 전 대통령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청계천을 따라 청사모 회원들, 선진국민연대 관계자 80여명과 함께 청계광장부터 성동구 신답철교까지 약 6㎞를 약 2시간 동안 산책했다. 행사는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송정호 청계재단 이사장, 하금열·정정길 전 비서실장,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이 참석했다.
현역의원 중에서는 MB정부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 MB정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정하 의원, 이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보특보를 지낸 조해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청사모는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 사업 당시 서울시 청계천 추진본부에서 근무했던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진행된 청계천 복원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주요 업적으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은 빨간색의 가벼운 점퍼를 입고 캡 모자와 선글라스를 들고 청계광장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이동이 힘들 정도로 많은 지지자들이 모였다. 지지자들은 이 전 대통령 저서에 사인을 요청하거나 "대통령님 사진 한 번만 찍어요"라며 사진 촬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요청에 대부분 응하면서 밝은 미소로 일관했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이 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청계천을 복원하는데 참여했던 공무원들이 매년 모인다고 하고 올해도 모인다고 해서 초청을 해왔다"며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여기 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하나의 도시 재생인데 이게 단지 국내뿐만이 아니고 세계적으로 많은 대도시에 영향을 줬고, 전국적으로 많은 영향을 줬다"며 "그때를 되새겨 보려고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 활동 재개 여부에 대해선 "나는 총선에도 관심이 없고, 나라가 잘 됐으면 좋겠다"며 "어려울 때니까 힘을 모아 줘야 한다"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산책 중간중간 시민들에게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지지자들의 악수 및 사진촬영 요청에 흔쾌히 응하면서 취재진과 가벼운 대화를 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이날 입고 온 빨간색 점퍼의 소매를 보여주며 " 15년 전 쯤 동대문시장에서 당시 1만2000원~1만5000원 정도 주고 샀다"며 "가까이서 보면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광장시장 인근에서 30여명의 시민들이 이 전 대통령을 연호하고 "막걸리 한잔 하고 가시라"고 권유하자 이 전 대통령이 손인사와 함께 "좋다"고 답했다. 산책하던 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님 만세. 청계천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세계 최고의 개천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자 이 전 대통령이 손인사로 화답했다.
걷기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지지자로 추정되는 50대 시민이 이 전 대통령 앞에서 넘어지기도 했다. 넘어진 시민이 이 전 대통령과 사진촬영을 하고 "4대강 살리기 (동참) 했다"고 말하자 이 전 대통령은 "최고다"라고 답했다.
한편 산책 중인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시민이 "이명박을 구속하라"고 외치자, 이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욕설과 함께 야유를 하는 등 대치 상황도 벌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청계천을 산책하는 중 한일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역사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잘하시는 것이다. 용기있는 사람"이라며 "그냥 지금처럼 편하게 하려면 앞으로 몇백년이 가도 안 되지 않겠냐"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외교 분야는) 잘하고 있다"며 "그런 평가를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내가 평가하고 하기엔 조심스럽다"면서도 "나는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본다.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보 해체'에 대한 질문에 "해체다 뭐다(하는 것은) 정치적"이라며 "그러니까 우리 국민들이, 시민들이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대강 방문 일정에 대해선 "우기 전에 가야겠지"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건강에 대해선 "회복하고 있다. 정신력으로 이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뉴스는 챙겨보고 있느냐'는 질문엔 "안 본다. 나는 방송도 스포츠만 본다"며 "(특별히) 이유가 있는 게 아니고 재미가 없으니까"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정치적 기지개를 펴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선 "잘못된 게 있으면 잘못됐다고 이야기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치에 관여할 뜻이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행사는 특별사면으로 출소 후 천안함 용사 묘역 참배, MB정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배우 유인촌씨의 연극 관람에 이은 세 번째 공개 행보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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