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 10억원 이상 고액예금은 늘고, 증권 계좌는 잠 자고.. 안전자산 선호 언제까지
[파이낸셜뉴스]저축성예금 잔액이 10억원을 넘는 계좌의 총예금이 8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년새 26조 6260억원(3.5%)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치다. 10억원 초과 저축성예금은 2017년말 499조 1890억원에서 2018년말 500조원을 돌파한 후 2019년 600조원, 지난해에는 700조원을 각각 돌파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권 예금에 돈을 넣어 두고 있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인상 사이클, 경기회복 상황 등을 볼 때 상반기까지는 은행권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정기예금에 뭉칫돈, 증권휴먼 계좌는 늘어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예금·정기적금·기업자유예금·저축예금 등) 잔액이 10억원을 넘는 계좌의 총예금이 796조 348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정기예금이 564조 5460억원으로 1년새 약 55조원(10.7%)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금리가 높아지는 만큼 개인과 기업이 정기예금에 여윳돈을 예치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기업 자유예금은 같은 기간 234조7850억원에서 219조8900억원으로 6.3%(14조8950억원) 감소했고, 저축예금은 24조4480억원에서 11조5250억원으로 52.9%(12조9230억원) 줄었다.
기업 자유예금은 법인과 개인기업의 일시 여유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상품이며, 저축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결제성 예금이다. 지난해 개인과 기업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대신 이율이 낮은 저축예금이나 기업 자유예금보다는 예치기간을 정해놓고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등으로 몰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증권사의 잠자고 있는 계좌는 지난 2년간 급증했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증권사 휴면계좌는 △2020년 3834만 5052개 △2021년 4577만 5635개 △2022년 5624만 8298개로 늘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약 47% 늘어난 것이다. 휴면계좌는 집계 시점으로부터 6개월간 매매거래와 입출금, 입출고 등이 발생하지 않고 예탁자산 평가액이 10만원 이하인 계좌다.
이처럼 은행권의 고액 예금이 늘고, 증권사에서는 '잠자는 계좌'가 많아진 건 금리 인상과 주식시장 불황과 맞물려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를 7회 연속 인상해 기준금리 3.50% 시대를 열었다. 반면 주식시장은 2020년 정점을 찍고 지난해 글로벌 금융불안과 경기부진 등 영향으로 박스권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회복 전까지 예금 선호 현상 당분간 지속
이와 관련 상반기까지는 안전투자 선호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권 고액예금은 기준금리 지속 인상에 따른 저축 증가가 원인"이라며 "고금리 상황과 우리나라 수출 부진으로 인해 주가가 단기간에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인 주식에 투자하기보다 상대적 안전자산인 저축성 예금을 늘리는 쪽으로 간 것"이라고 짚었다. 불안한 자본시장 흐름과 수신금리 인상 영향을 두루 받았다는 의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연구위원은 휴면 계좌가 많아지는 현상을 놓고 "증시 상승이 뚜렷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시 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조정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당분간은 예금 선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석 교수는 "경기 반등이 기대되는 내년 상반기보다 3개월 선행된 오는 9월, 4·4분기 초 부터는 주식이 추세적으로 상승할 것을 기대한다"며 "그렇게 되면 자산 포트폴리오를 저축성 예금에서 위험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식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황 위원은 "당분간 자금이 증시로 쏠리기 어렵다.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전환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당분간은 수시 입출금식 예금이나 기존의 예적금 쪽에 자금이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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