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일 국무회의서 간호법 거부권 건의"…간호계 거센 반발(종합)
간호협회 "단체행동 논의" vs 의료연대 "거부권 환영"…후폭풍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정부가 16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번에는 간호단체가 크게 반발하며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어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에 반대해온 의사단체 등은 일단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의료인 면허취소 요건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재논의 대상에서 빠진 것에 유감을 표하며 단체행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복지장관 "간호법 갈등 확산 우려, 국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간호법 관련 입장 발표 회견을 열고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그 이유를 크게 다섯가지로 설명했다.
조 장관은 우선 "간호법은 의료 현장에서 직역 간 신뢰·협업을 깨뜨려 갈등이 확산할 우려가 있고, 이 경우 국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의료에서 간호만 분리하면 의료기관에서 간호 서비스를 충분히 받기 어렵고, 의료기관 외에서의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 청구와 책임 규명이 어렵게 돼 국민 권리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고령화 시대 선진화한 돌봄 체계는 직역 간 역할을 국민 수요에 맞게 재정립해 신중히 설계돼야 하나 간호법은 돌봄을 간호사만의 영역으로 만들 우려가 있어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이 어렵게 된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간호조무사 학력 상한 규정이 직업 선택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특정 직역을 차별하며, 사회적 갈등이 큰 법안일수록 충분한 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거부권 건의 사유로 들었다.
조 장관은 간호법 제정안을 놓고 보건의료인들이 단체행동을 예고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의료 공백은 있을 수 없다. 관련 법령과 매뉴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며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착실히 이행하겠다"고도 말했다.
간호계 "정부 발표, 의사협회 성명 보는 듯"…단체행동 거론
간호계는 숙원이던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공포를 요구해 왔으나 대통령 거부권 행사 수순을 밟자 정부·여당을 규탄하며 단체행동을 시사하고 나섰다.
김원일 대한간호협회 정책자문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어제 정부·여당의 발표는 의사협회의 성명을 보는 듯했다"며 "여당과 복지부에 대해 간호사들의 분노와 배신감이 너무나 크다"고 말했다.
간호협회는 지난 8일부터 전날까지 일주일 간 협회에 등록한 전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이날 공개했다.
조사 결과 참여 인원 중 98.6%인 10만3천743명이 "적극적인 단체행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간호사 면허증 반납 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의견은 64.1%(6만7천408명), 1인 1정당 가입하기에 참여한다는 의견은 79.6%(8만3천772명)였다.
간호협회는 다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대한의사협회 등이 구성한 보건복지의료연대처럼 파업을 하지는 않겠다면서 "현재 단체행동 수위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간호협회는 복지부의 거부권 건의 결정에 대해 "간호법 반대단체 주장을 복사한 것에 불과하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 정책을 이끌어 갈 정부가 악의적이고 근거없는 흑색 선전에 근거해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지 경악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의료연대 "거부권 환영"…22대 총선 기획단 출범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가 구성한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이날 입장문에서 "보건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입법 정당성이 없는 간호법에 대해서 대통령께 거부권 건의를 의결한 당정협의 결과는 공정하고 상식적"이라며 "환영과 안도를 전한다"고 평가했다.
의료연대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성이 있고 의료인들이 방어적으로 행동하게 해 결과적으로 필수의료 기피를 시작으로 보건의료 시스템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의료법도 최종적으로 대통령 거부권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연대는 간호법·면허취소법 거부권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17일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는데, 간호법은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만큼 총파업은 다소 유보적인 상황이 됐다.
의료연대 관계자는 "내일 국무회의 이후 연대 단체장들이 모여 구체적인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회의 결과에 따라 단체행동의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연대는 간호법 갈등을 계기로 "합리적인 보건복지 의료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과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며 이날 22대 총선 기획단도 출범했다.
이처럼 간호법을 두고 직역간 갈등이 첨예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 수순을 밟더라도 갈등이 봉합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여당이 국회 입법 단계에서 역할을 실기하고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지적에 조 장관은 "정부는 간호법안의 국회 의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책무가 있다"며 "이를 위해 법안에 대해 정확히 알리고 소관 부처의 의견을 솔직히 말씀드리는 것이 필요하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shiny@yna.co.kr, dindong@yna.co.kr,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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