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춘천의 논두렁 잔디 “넘어지면 무조건 화상 입겠어요”

이준희 2023. 5. 15. 16: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주 토요일, 프로축구 강원과의 원정 경기를 앞둔 수원 선수단은 경기에 앞서 춘천 송암 스포츠타운의 그라운드를 밟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강원 FC의 김병지 대표는 경기장 관리 주체인 춘천도시공사가 영양 촉진 비료를 과다 투입해 잔디가 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히며 구단이 경기장 관리 및 보수에 있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프로축구 강원과의 원정 경기를 앞둔 수원 선수단은 경기에 앞서 춘천 송암 스포츠타운의 그라운드를 밟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잔디는 군데군데 파여있었고, 모래가 훤히 드러나 있는 곳도 있었다. 심지어 페인트로 칠한 자국까지 남아 있었다. 선수들 사이에선 경기 시작 전부터 부상에 대한 걱정이 엄습했다.

수원 이상민 : "여기 보시면...말할 게 있나요?..그래도 잘해야죠....'"
수원 손호준 : "한 명 화상 무조건 입겠어요. 넘어지면 큰일 날 것 같아요."

우려는 현실이 됐다. 양 팀 선수들은 움푹 패인 잔디에서 넘어지거나 미끄러지기 일쑤였고 공이 계속해서 불규칙 바운드가 되는 탓에 드리블도 원활하지 못했다.

춘천의 처참한 잔디 상태는 고스란히 전파를 타고 축구 팬들에게도 송출됐다.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이게 2023년 K리그 경기장이 맞냐'며 강원 구단을 향해 강한 비판을 쏟아내기 바빴다.


춘천 그라운드에 잔디 문제가 발생한 지는 벌써 두 달이 넘었지만, 춘천시와 강원 FC 구단은 아직까지 그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경기를 강행하고 있다.

대형 콘서트나 행사가 진행된 것도 아닌 데 잔디가 왜 이렇게 상한 것일까?

강원 FC의 김병지 대표는 경기장 관리 주체인 춘천도시공사가 영양 촉진 비료를 과다 투입해 잔디가 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히며 구단이 경기장 관리 및 보수에 있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는 현재 잔디 보식 작업 중에 있지만, 홈 경기 일정이 빡빡해 잔디가 뿌리 내릴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 가운데, 강원의 또 다른 홈 경기장인 강릉종합운동장을 대체 사용하는 것은 강릉시민축구단의 경기 일정 등 여러 사유로 불가능하다고 답한 상황이다.

매 라운드 경기 감독관을 파견하는 프로축구연맹 측은 잔디 상태가 좋지 않긴 했지만, 경기를 진행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해 경기장 사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강원은 주말 포항전도 춘천에서 경기를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프로축구연맹은 3년째 유명 잔디 전문 연구소와 파트너십을 맺고 K리그 25개 구단 홈경기장의 잔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구단과 연맹이 모두 발을 빼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강원 선수단이 안고 있다. 강원 FC는 12위 꼴찌 수원에 불과 2점 차로 쫓기며 강등권에 처해 있다.

홈 경기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악조건 속에 최용수 감독이 지난 주말 '버스 막기'까지 당했지만, 구단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만 반복 중이다.

강원은 이번 시즌 춘천에서 5월 27일 포항전, 6월 7일 대전전, 6월 11일 전북전까지 총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강등권 탈출 여부가 달려있는 매우 중요한 일정이지만, 강원은 이 3경기를 모두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논두렁 잔디'에서 치를 예정이다.

누구를 위한 '홈 경기'인지 강원 팬들과 선수단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준희 기자 (fcjune@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