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우크라에 '바흐무트 철수시 러군 위치 알려준다' 제안"

WP, 미 정부 기밀문건 추가 보도…"프리고진, '크림 공격해야' 조언도"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러시아의 민간 용병단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정규군의 위치를 알려줄 테니 바흐무트에서 철수해달라고 우크라이나군에 제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온라인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를 통해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을 추가 확보해 이같이 보도했다.

문건에 따르면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올해 1월 말 "우크라이나 사령부가 바흐무트 지역에서 철수한다면 러시아군의 위치를 알려주겠다"고 우크라이나군에 제안했다.

이 제안은 프리고진이 전쟁 과정에서 비밀리에 소통하던 우크라이나군 정보국 소속 연락책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우크라이나 당국자 2명도 프리고진이 실제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HUR)과 여러 차례 접촉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중 한 당국자는 프리고진이 바흐무트와 관련해 최소 1차례 이상 거래를 제안했으나 우크라이나 측이 거짓 정보를 우려해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프리고진은 최근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에 군 물자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대내외적으로 제기해왔다. 이달 초에는 탄약 지원 부족을 이유로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기밀 문건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 당국자들도 이러한 프리고진의 불만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했으며, 고위 당국자와 프리고진 간의 세력 다툼도 전개됐다.

WP는 이렇듯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프리고진은 전화통화를 넘어 아프리카에서의 대면 접촉에 이르기까지 HUR과 비밀스러운 관계를 이어왔다고 전했다.

문건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에 바그너의 막대한 손실에 대해 한탄하며 러시아 정규군을 상대로 공격을 강화해달라고 촉구했다.

러시아군이 탄약보급에 어려움을 겪는다거나 러시아군의 사기가 떨어진 틈을 타 크림(크름)반도 접경지 공격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WP는 다만 전쟁 기간 당사국 간 어느 정도의 소통 채널이 유지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며, 문건 내용 만으로는 프리고진의 의도 또한 파악하기 힘들다고 짚었다.

문건에는 러시아가 프리고진을 우크라이나 정보요원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 HUR과의 소통 관련 디테일을 이용할 것이란 HUR 키릴로 부다노우 국장의 추측도 나와있다.

프리고진은 14일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숨길 게 전혀 없다"며 HUR과의 고리가 공개된 데 대해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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