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평가 공개' 서울시의회vs교육청 갈등 '점입가경'..교육계 우려

유효송 기자, 김지현 기자 2023. 5. 1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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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를 의장 직권으로 공포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호정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경숙 서울시의회 서울교육 학력향상 특별위원장, 김 의장/사진=서울시의회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 공개를 둘러싼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시교육청이 관련 조례안의 위법성을 문제 삼으며 대법원 제소를 결정하자 시의회도 의장 직권으로 조례를 공포하며 맞섰다. 교육계에선 사교육 과열과 학교 서열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현기 시의회 의장은 15일 학교장이 시행한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지역·학교별 결과 등을 교육감이 공개할 수 있고 해당 학교를 포상할 수 있는 '기초학력 지원 조례'를 의장 직권으로 서명한 뒤 공포했다.

이 조례는 지난 2월 14일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으로 구성된 '서울교육 학력향상 특별위원회'가 제안해 3월 10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방자치법 제32조 제6항에 따르면 재의결한 조례의 경우 교육청으로 이송하면 교육감은 공포해야 하고, 교육감이 5일 이내 공포하지 않으면 지방의회 의장이 조례를 공포토록 규정돼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3일 학교 서열화 우려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지만 시의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달 3일 본회의를 열어 조례안을 재의결했다. 그러자 조 교육감도 지난 9일 대법원 제소와 집행정지 결정을 신청했다. 대법원이 집행정지 결정을 인용하면 조례 효력이 정지될 수 있다.

이애 대해 김 의장은 "법령을 준수하면서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재의결된 조례"라며 "기초학력 보장 업무는 명백한 자치사무이며 학교별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 공개는 법령 위반과 무관한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교육청이 해당 조례를 공포하지 않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교육감이 본 조례에 대해 대법원에 제소키로 한 것은 시민의 정보 접근권과 공교육 정상화 시도를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교원·학부모 단체별 의견도 갈리는 분위기다. 교원단체들은 서울 내 지역·학교 간 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물론 사교육비가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처럼 '일제고사'가 부활하고 학교별 성적을 줄세우는 문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김성보 전국교직원노조 서울지부장은 성명서에서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불필요한 학력경쟁과 사교육비를 부추길 것이 명백하고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우리 정부에 지나치게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환경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교육시스템 내의 경쟁을 완화할 것을 권고한 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는 점도 우려할 대목이다. 지난 3월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학생이 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2021년 23조4000억원에 비해 10.8% 증가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5.1%)을 훌쩍 넘긴 상승률이다.

이날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긴급성명을 통해 "대법원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조례의 위법성 여부가 쟁점이니 확정 전까지는 그 시행을 잠시 정지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성적 공개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은 이미 이병박 정권 시절 전국 일제고사 실시로 확인이 됐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실패를 인정하고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는 폐지, 이후 표집으로 전환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기초 학력 향상을 위해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공개하자는 의견도 있다. 학력 진단과 공개가 폐지된게 기초학력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논리다.

문재인 정부 이전에는 전국 모든 학교에서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를 시행해 지역·학교별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확인하고 대응했다. 학업 성취도 평가가 2017년부터 3% 표집 평가로 바뀌면서 학교별 평가 결과가 공개되지 않고 있고, 기초 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에 대한 맞춤형 교육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실제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고2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살펴보면 국어는 7.1%, 수학은 14.2%, 영어는 9.8%로 1년 사이 각 0.3%포인트(p), 0.7%포인트, 1.2%포인트씩 상승하며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교원단체들은 지역·학교 간 격차가 확인되고 이로 인한 갈등이 불거진다면 기초학력 진단결과 공개의 부정적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만약 법을 시행했다가 대법원에서 위법 판단이 난다면 시행됐던 제도를 다시 되돌리기 위한 법적, 행정적 비용이 커질 위험도 있다.

시교육청은 우선 대법원 제소와 집행정지 청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오는 7월부터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전담 부서로 '교수학습·기초학력지원과'를 신설한다. 조 교육감은 앞서 대법원에 제소한 것과 관련해 "정부 법률 공단에서 우호적인 회신이 왔고 제소에서 이길 가능성도 클 것"이라며 "시의회의 기초학력에 대한 강력한 요구를 긍정적으로 받아 시교육청에 교수학습·기초학력지원과를 만들고, 전담팀도 2개나 만들었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도 "대법원 판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기초학력 강화 방안은 기존 계획에 따라 착실히 시행할 것"이라면서도 "조례는 법률 사항이니 그것은 그것대로 다툼의 여지가 있어 그것대로 (따로) 가겠다"고 덧붙였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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