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AI?…창업, 트렌드 트랩에 갇히지 말라"
"창업 아이템 물으면 죄다 AI, 플랫폼"
"창의적인 사고가 빠진 창업은 오래 못 가"
"창업생태계 내 일자리 많이 만들어야 창업도 늘어"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요새 창업 아이템이라고 하면 모두 챗GPT, 인공지능(AI)을 말한다. 그걸로 뭘 만들 거냐고 하면 플랫폼이라고 답한다. 트렌드를 너무 민감하게 따라가다 보니 쏠림도 상당하다. 보다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녹색성장, 창조경제, 혁신성장…정권에 따라 이름만 바뀌었을 뿐 창업을 독려하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정책의 큰 틀은 유지됐다. 미래 한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창업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청년들이 과거에 비해 창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대기업 입사나 공무원 시험 합격과 같은 목표 대신 창업에 도전하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초기지원이나 투자유치 면에서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하지만 창업도 메가 트렌드가 이끌다 보니 창의적인 사고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렌드의 트랩에 갇히면 그저 그런 창업이 될 수밖에 없고, 데스밸리를 건너기도 어렵다. 그는 “창의, 혁신, 융합은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하는데 학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필드에서는 따로 노는 경향이 있다”며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중소벤처 관련한 유망 아이템도 너무 트렌드를 따라가다 보니 창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인더스트리 기반의 경제에서 사이언스 이코노미로 갈수록 ‘창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렌디한 창업에 머물지 않고 창의적인 요소가 중심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학회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국창업학회는 2003년에 설립돼 창업 관련 학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올해로 만 20세, 성년이 된 셈이다. 그 사이에 창업 관련 학회들이 여럿 생겼고, 일부 학회는 젊은 회원들 중심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창업학회 역시 교수들을 중심으로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전통적인 학회의 성격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는 게 송 회장 판단이다. 지난해 학회장에 취임하자마자 기존 틀을 깨는 데 주력했다. 그는 “학계에 있는 교수들도 필드(현장)에 있는 창업가들에게 배워야 한다”며 “단순한 학술교류의 장에서 탈피해 정부와 산업, 학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할지를 논의하는 학회를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학회가 플랫폼, 혹은 놀이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학계와 창업자들이 만나 서로 교류하는 과정에서 산학연을 통해 같이 창업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교류하면서 모은 의견이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것도 목표다. 특히 정부 정책에 있어서 맞춤형을 제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책 방향에 대해 건의할 때 모두 ‘규제 완화’만 외치는데, 과연 현장에서 정말 필요한 맞춤형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송 회장은 “정권마다 창업에 대한 지원책은 있는데 연속성이 없다 보니 가장 큰 피해자는 창업에 대한 꿈을 갖고 있던 청년들”이라며 “현 정부 들어 청년 창업이 활성화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창업에 다가서기엔 허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들에게 우리나라가 헬조선이라는 얘기도 많았는데 청년들이 살아갈 길은 창업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맞춤형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기술사업화, 기업가정신, 창업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특히 기업가정신은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해야 한다”며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해야 창의적인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하는 것도 좋지만 창업생태계 내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먼저 창업에 대한 간접경험을 할 기회를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기술사업화, 팁스(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액셀러레이터, 신용 관련 평가 등 창업을 지원하는 업무들도 상당하다. 창업이 많이 이뤄지면 창업과 연계된 생태계 내에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고, 이 일자리를 통해 또 다른 예비 창업가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송 회장은 “창업이라고 하면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창업생태계에서 관련 경험을 하면서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자연스럽게 창업에 나설 루트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색이 한국창업학회장인데 스스로 창업 한 번 해본 적 없다는 점이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창업에는 나이제한이 없는 법.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송 회장은 “교수 퇴직까지 10년 정도 남았는데 5년가량 남았을 때 창업을 한번 해볼 생각”이라며 “그동안 연구해온 게 있으니 창업 컨설팅 관련한 업종이 가장 유력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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