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할 권리마저 박탈당해”…이태원 참사 인권실태조사 발표

고병찬 2023. 5. 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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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안전, 존엄·진실·지원·애도의 권리 박탈.'

이태원 참사 발생 200일을 하루 앞둔 15일, 참사 생존자와 유족 등 피해자들이 총체적인 권리 박탈로서의 인권침해를 겪었다는 인권실태조사가 발표됐다.

랄라 다산인권센터 활동가(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권리위원회)는 "이태원 참사는 연루된 사람들에게 복구하기 어려운 피해를 안겼다.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비극적인 사건이기도 하지만, 국가에 의한 거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정의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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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이태원 참사는 국가에 의한 거대한 인권침해 사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인권실태조사 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고병찬 기자

‘생명과 안전, 존엄·진실·지원·애도의 권리 박탈.’

이태원 참사 발생 200일을 하루 앞둔 15일, 참사 생존자와 유족 등 피해자들이 총체적인 권리 박탈로서의 인권침해를 겪었다는 인권실태조사가 발표됐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15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인권실태조사 보고회’를 열었다. 실태조사단과 피해자들은 이태원 참사를 두고 “국가의 무책임과 피해자에 대한 인권 침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국가에 의한 거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실태조사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참사 피해자 26명(유가족·지인, 생존자, 지역주민, 구조자)을 심층 면접한 결과를 토대로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다. 랄라 다산인권센터 활동가(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권리위원회)는 “이태원 참사는 연루된 사람들에게 복구하기 어려운 피해를 안겼다.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비극적인 사건이기도 하지만, 국가에 의한 거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정의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이들은 참사 전후 피해자들이 생명과 안전·존엄·진실·지원·애도의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평가했다. 참사 발생 전 안전 대책의 공백에서부터 참사 이후 ‘관제 애도’ 논란과 미흡한 피해자 의료·심리 지원까지 전 과정에서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피해자들은 진실에 대한 권리 침해를 가장 크게 호소하고 있다. 실태조사에서 한 유가족은 “왜 아이가 벗은 몸으로 (병원에) 왔고, 12시간 동안 신원조회가 안 됐고 그런 게 궁금하다. 국정조사를 하기 전에 유가족을 불러서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어떤 걸 조사해야 하는지 확인하고 들어갔어야 한다”고 했다. 유족들은 지난달 20일 국회에 발의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인권실태조사 보고회’에서 이정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과 미디어의 역할이 여전히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참사 발생 초기 ‘토끼 머리띠’ 등 허위 소문을 확대 재생산하고, 취재 경쟁으로 유가족 등 피해자의 온전한 애도를 막는 등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재난 참사 상황에서 인권 침해적인 보도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태조사에서 한 생존자는 “한 언론에서 인터뷰해 제 뒷모습만 찍도록 허락해 올렸는데, 다른 방송사에서 무단 도용을 했다. 방송사에서는 제 논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안쓰러운 피해자를 만들어서 뉴스를 내보냈다”고 했다. 한 희생자의 지인은 “(실종자 가족 대기실에서) 누가 봐도 신입 기자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쭈뼛쭈뼛 걸어와서 ‘인터뷰 좀 해주세요’, ‘오늘 친구를 잃으셨나요?’ 이런 질문들을 대놓고 계속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재난 참사는 불운과 불행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인권에 기반을 둔 대응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159번째 희생자 고 이재현군의 엄마 송해진씨는 “경찰은 참사 이후 입원 중인 아이를 찾아와 부모 동석 없이 조사를 하고, 대통령은 ‘뇌진탕’이라며 막말을 했다. 참사 200일이 다 되어 가는데 어떤 공직자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30일 참사 현장에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및 소방 관계자들에게 보고를 받으며 “압사? 뇌진탕 이런 게 있었겠지”라고 말했다. 송해진씨는 “참사를 넘어 다음 세상을 기약하기 위해 정부는 참사 당사자인 피해자를 존중하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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