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 2023년 재산신고 시, 가상자산 신고기재 요청했었다
김남국 의원은 60억 원대 가상화폐 거래 사실이 보도되자,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비교하며, "민주당의 김남국이 투자해서 돈을 벌면 문제가 되는 것입니까?"라고 본인의 SNS에 썼다.
김 의원이 합법적인 가상화폐 투자로 돈을 벌었다면 문제 될 것은 없다. 가상자산의 재산 신고 누락도 현행법상 위법은 아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국회사무처 2023년 재산신고 시, 가상자산 신고 요청했었다
가상화폐는 신고 대상이 아니라서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뺐다는 김남국 의원의 해명과 달리, 뉴스타파 취재 결과 국회사무처 감사관실은 국회의원을 포함한 2023년 국회 소속 재산 신고 대상자 모두에게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보유한 경우 기재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사무처 감사관실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보유한 경우 변동요약서 작성 시 재산 증감 사유 부분에 해당 통화 보유 수량 및 취득가액, 평가액 기준 등을 기재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며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신고 기간인 2023년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위 내용을 명시한 '2023년 정기 재산변동 신고 안내서'를 국회의원과 신고 대상자들에게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23년 3월 공개된 김남국 의원의 재산 총액은 15억 3천여만 원, 여기에 가상자산은 없다. 김 의원은 "재산 신고는 현행 법률에 따라서 항상 꼼꼼하게 신고를 해왔지만 가상화폐의 경우 신고 대상이 아니라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5월 8일 입장 발표 때, "현재 기준으로 9억 1천여 만원의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성실신고'한 공직자 있었다
뉴스타파는 지난 4월, 2023년 공직자 정기 재산 공개 내역을 분석해 가상 자산을 신고한 2명의 공직자의 사례를 보도했다.
박범수 대통령비서실 농해수비서관은 올해 3월 30일 공개한 재산 내역에서 지난해 10월 공개 때, 신고한 배우자 명의의 현금 300만 원이 현재는 150만 원으로 줄었다고 신고했다. 박 비서관은 변동 사유 항목에 감소 이유를 '비트코인 가액변동'이라고 기재했다.
이승연 부산광역시 의회 의원은 올해 재산 신고에서 지난해까지 갖고 있던 가상화폐를 모두 팔았다고 기재했다. 이 의원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계좌에 있던 2억 9백여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와 '업비트' 계좌에 있던 6천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모두 매도했다. 매수액은 각각 2억 9천7백만 원, 1억 1천만 원이었다. 이 의원은 변동 사유 항목에 2개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 내역을 구분해 매수액과 매도액, 이체 계좌명 등을 상세히 기재했다.
이승연 부산광역시 의회 의원의 변동 사유 기재 내용
ㆍ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전량매도 후 전액 농협으로 계좌이체 (매수액 297,398천원 매도액 209,357천원)
ㆍ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전량매도 후 전액 케이뱅크로 계좌이체 (매수액 110,375천원 매도액 60,000천원)
현재 공직자 재산 신고·등록 때, 가상화폐를 등록할 수 있는 재산 항목은 따로 없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두 명의 공직자는 가상화폐 보유 사실을 '재산변동 요약서'에 기재했다.
이처럼 두 공직자가 가상자산 보유 사실을 신고한 것은 인사혁신처가 제시한 '정기 재산변동 신고 안내서'에 따른 조치 때문이었다. 안내서에는 재산변동 요약서 작성 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보유한 경우 해당 통화 보유수량 및 취득가액, 평가액(신고기준일 현재) 등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
국회사무처 감사관실이 김남국 의원을 포함한 국회 소속 재산 신고 대상 공직자들에게 안내한 가상자산 신고 방법도 박 비서관과 이 의원이 신고 때 적용한 방법과 같다.
박범수 비서관은 지난달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재산 공개 대상자로서 재산 등록 시, 비트코인 소유 여부를 기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승연 의원도 "민간인 신분일 때 가상 화폐를 구매했지만 선출직 공직자로서 가상 화폐 소유는 문제가 될 것 같아서 모두 처분했다"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의 해명은 '거짓 재산 신고' 자백
김남국 의원은 5월 8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본인의 '60억 가상화폐 거래'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당시 김 의원은 투자 내역 등을 지도부에 제시하며 "LG디스플레이 주식 매각대금 9억 8천여 만원으로 코인을 샀고, 코인이 오르니까 투자 원금인 9억 8천여 만원을 회수했다. 회수한 원금으로 안산과 여의도 오피스텔 전세보증금을 지출했다."라고 해명했다.(김남국 “코인 수익 나자 원금 9억 8천만 원 예금으로 돌렸다” - 중앙일보)
김남국 의원의 이 해명이 사실이라면, 김 의원은 지난해 재산 신고에서 거짓 기재를 실토한 꼴이 된다. 지난해 김 의원은 재산 신고 때, 농협은행계좌 잔고 증가(변동) 사유로 비고란에 '보유주식 매도 금액'이라고 적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해명대로 라면, ① 보유주식 매도 → ② 코인 구매 → ③ 코인 가격 상승 → ④ 원금 회수 → ⑤ 농협 예금 증가의 과정을 거쳤지만, ②,③,④의 중간 과정은 쏙 빼고, ①에서 곧장 ⑤(주식매도)로 이어진 것처럼 작성한 것이다.
이는 재산 신고 때 주식의 매도 및 매수 시점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공직자 재산신고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또한 공직자윤리법의 입법 목적과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행위이다.
지난해 김 의원은 정부가 시행령으로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를 확대하자, 입법 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킨 것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지금 시행령을 가지고 꼼수를 부려서 굉장히 많은 수사 개시 범위를 확대했는데 거기에 직권남용과 그다음에 허위공문서 작성죄까지 넣었습니다. 심지어는 지금 방위사업과 관련된 범죄까지……경제범죄에 포함시켜서 사실상 입법 취지나 이런 것들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라고 이렇게 평가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더 말씀드리기가 쉽지 않은 그런 상황인데요. 그래서 이러한 것들은 결국 국회에서 정한 여러 가지 입법 취지, 이것은 결국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그리고 검찰의 수사권을 좀 더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져가는 그 입법 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킨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시정되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상입니다.
- 2022년 8월 22일 제399회 제2차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김남국 의원 발언
공직자 재산공개는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 방지 목적
김남국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을 공동 발의한 것은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만약 법안 발의까지를 이해충돌 사항으로 폭넓게 규제하게 된다면 다주택자 의원들이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다자녀 의원이 다자녀 가정에 복지 혜택을 주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노부모를 부양하는 의원이 간병비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등도 전부 이해충돌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공직자윤리법의 목적은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등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법(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의 재산등록, 등록재산 공개 및 재산형성과정 소명과 공직을 이용한 재산취득의 규제, 공직자의 선물신고 및 주식백지신탁,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및 행위제한 등을 규정함으로써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등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여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가져야 할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함을 목적으로 한다.
- 공직자 윤리법 제1조(목적)
이 법에 따라,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정무직 공무원, 4급 이상 공무원, 교육감, 법관·검사, 대령 이상 장교, 공기업의 장, 공직유관단체임원 등과 경찰·소방·국세·관세 등 특정 분야는 7급 이상 등의 공직자는 재산을 등록·신고한다. 본인, 배우자(사실혼 포함), 본인의 직계 존·비속이 대상이다. (공직자윤리법 제4조)
또한 신고 대상자가 되면 2개월이 되는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까지 신고해야 하고,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재산 변동사항을 다음 해 2월 말일까지 등록기관에 정기 신고하도록 돼 있다. 또한 의무면제, 유예복귀, 퇴직 등의 사유가 발생할 때도 신고한다.
등록 재산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지상권 및 전세권, 광업권·어업권·양식업권, 그 밖에 부동산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는 권리, 동산·증권·채권·채무 및 지식재산권, 합명회사·합자회사 및 유한회사의 출자지분, 주식매수선택권 등이다.
또한 법으로 정하진 않았어도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들에게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보유한 경우 변동요약서 작성시 재산 증감 사유 부분에 해당 통화 보유 수량 및 취득가액, 평가액 기준 등을 기재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렇게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공직자가 재산을 공개하고, 국민은 해당 공직자가 다주택자인지,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인지, 자녀가 여럿 있는지, 노부모를 부양하는지, 재산은 어느 형태로 가졌는지 안다. 또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다면, 그 법안이 의원의 재산상 이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김남국 의원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그들이 다주택 보유나 고가의 주택 보유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의혹은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다룰 필요가 있다. 공직자 이해충돌의 방지 의무의 시작은 재산의 투명한 공개에서부터다.
뉴스타파 최윤원 soulab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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