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후임 최고위원 다음 달 9일 선출…‘단수 추대론’ 무게
국민의힘이 자진 사퇴한 태영호 전 최고위원의 후임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는 선출직 최고위원의 궐위 시,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최고위원 선출 시한은6월 9일입니다.
국민의힘은 오늘(15일) 오전 최고위원 회의에서 '최고위원 보궐선거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의결했습니다. 태 최고위원의 자진 사퇴 닷새 만입니다.
선거관리위원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김도읍 의원이, 전략기획부총장인 박성민 의원이 간사를 맡았고, 배현진 의원과 홍석준, 노용호 의원 등 5명이 위원으로 선출됐습니다.
첫 회의를 마친 선관위는 다음 달 9일 ARS와 결합한 온라인 방식으로 최고위원 선출 방식을 정했습니다.
기탁금은 4천만 원으로 자격심사 탈락 시 전액 반환, 예비경선(컷오프)에서 탈락 시 50%를 돌려줍니다. 자격심사는 오는 30∼31일 진행하고, 컷오프는 후보가 5명을 넘으면 실시합니다.
■후임은 누구?…이용호·박성중·송석준·김석기·김정재·이만희 등 재선의원 유력 거론
본인들 의사와는 무관하게 여러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직전 최고위원이었던 태영호 의원이 잇따른 '설화'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만큼, 의정 활동 경험을 충분히 지닌 재선 이상의 최고위원을 등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건 호남 출신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입니다. 보수정당에서 호남권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중도 확장성까지 가지고 있어 당 지도부에 진입하면 상징성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계파 색채가 비교적 옅고,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도 출마해 예상 이상의 득표를 기록한 만큼, 능력과 인지도가 어느 정도 증명되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힙니다. 언론인 출신인 이 의원이 합리적이고 중도 성향의 목소리를 내왔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습니다.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모두 영남권인 만큼 수도권 지역 의원들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수도권에서는 박성중(서울 서초구을), 송석준(경기 이천시) 의원이 후보군으로 꼽힙니다.
다만 김재원 최고위원이 '당원권 정지 1년'으로 한동안 자리를 비우게 된 만큼 당의 주요 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 출신 의원들의 최고위원 도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김석기(경북 경주), 김정재(경부 포항시북구),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청도) 등이 거론됩니다.
초선 의원 중에서는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분류되는 이용 의원(비례), 원외에서는 지난 최고위원 선거에서 낙선한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 원장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습니다.
다만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당사자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용호 의원은 출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는 바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최고위원 선거에) 손들고 나설 생각은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출마라고 하는 개념이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뭐 스스로. 제가 언론에 밝힌 적도 있습니다만 내가 해야 되겠다, 이 난국을 지금 처해 있는 당을 위해서 제가 헌신해야 되겠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손들고 나설 생각은 사실은 없습니다. 이게 굉장히 벅찬 자리이기도 하고 또 감당할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생각도 들고 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그런 입장..."
-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中
■'단수 추대론'·'설화 없는' 조건 갖춘 후보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대다수 의원은 특히 경선 가능성에 많은 부담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4천만 원의 기탁금을 내야 하는 데다 '방송 토론' 등 여러 변수가 산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후보는 복수 후보의 '경선'이 진행될 경우 도전 의사를 접겠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경선을 다시 치르는 건 당 지도부 입장에서도 부담인 만큼, 현재로서는 단수 후보를 추천해 전국위원회에서 찬반 표결에 부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지도부도 출마 의향이 있는 후보들에 대해 물밑에서 자연스러운 '교통정리'를 한 뒤 경선 없는 '단수 추대' 형식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궐선거가 지나치게 과열되는 것이 결코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공감대가 있다."
"당에 부담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원내에서 자발적인 조율이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中 (지난 12일)
한 지도부 인사는 KBS와의 통화에서 "경선을 모두 부담스러워하는 건 사실이기에 단수 추천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집단 지성을 발휘해 좋은 분을 모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 핵심관계자도 KBS와의 통화에서 "전당대회도 아닌 만큼 시끄럽게 선거를 진행할 필요는 없다"며 "당의 안정이 최우선이고, 설화 우려가 없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지도부의 공감대"라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단수 후보를 추대할 경우 어떤 인물을 추천하느냐입니다. 현행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일반당원들이 참여하는 전당대회와 달리 전국위원 1,000명 이내가 투표에 참여합니다.
전국위는 당 지도부를 포함해 시·도당 위원장, 당 소속 시·도지사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에 지도부의 의중이 신임 최고위원 선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중론입니다.
■우려의 시선도…"친윤 일색으로 '연포탕' 퇴색" "성배인지 독배인지 알 수 없어"
지도부 의중이 반영돼 친윤계 인사를 단수로 추천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김기현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 핵심관계자는 "(친윤 일색이라는 비판에 대해) 지도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내 의원 중 자신을 스스로 '반윤', '비윤'으로 분류하는 이는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한편 지난 전당대회에서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이라는 표어를 앞세워 출마했던 비윤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이번 새 최고위원 선출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계획입니다.
"우리 지난번에 전당대회 때도 보면 무슨 윤심 논란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최고위원을 사실상 내정해서 형식상의 투표만 거치는 그런 형태는 저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 갑 당협위원장,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中(지난 12일)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현 상황을 놓고 "누구든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성배가 될 수도 독배가 될 수도 있는 자리인 만큼, 본인의 정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출범 2달 만에 '설화 논란'으로 인한 최고위원 2명 징계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김기현 호'. 당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기현 체제'의 위기론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보궐 선거를 통한 최고위원 선출로 현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김기현 호'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박경준 기자 (kjpar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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