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 중국 진출 잰걸음, 만리장성 넘을까
게임업계가 중국 게임 시장 재진입에 시동을 걸고 있다. 게임 규제 관련 중국 내 분위기가 변하는 가운데 올해 1분기 ‘어닝쇼크’(실적충격) 수준의 성적을 낸 게임사들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다만 시시각각 바뀌는 한·중 외교 문제와 중국의 규제 등은 변수다. 게다가 높아진 중국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중국 시장에서 10여개의 한국 게임이 ‘외자판호’를 받았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심의를 통과한 자국 게임에 ‘내자판호’를, 해외 게임에는 외자판호를 발급해 허가한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한령(한류 제한령) 이후 이런 대규모 판호 발급은 5년 만이다.
외자판호를 받은 넥슨게임즈·넷마블·데브시스터즈·스마일게이트·네오위즈 등 게임사들은 중국 파트너사와 함께 다양한 사전 마케팅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게임 외에도 한국 드라마 등 다른 지적재산(IP)들도 잇따라 허가하면서 사실상 한한령을 해제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게임사에게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신작 가뭄 등으로 올해 1분기 적자 늪에 빠진 게임사들은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 진출로 성장 동력을 찾으려 한다. 국내 게임 시장의 성장률 둔화 속 중국 진출은 수익성 개선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업계 1위인 넥슨이 1분기 매출 1조원을 기록하며 독주를 이어간 배경에는 PC 축구게임과 중국에서의 매출 증가가 있었다.
중국의 규제는 변수다. 그간 중국은 청소년 게임중독 방지와 콘텐츠 정화운동 차원으로 게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왔으나, 최근 텐센트 등 자국 빅테크 기업이 개발한 게임에도 허가를 내주며 규제 완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게임에 대한 규제 일색이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 중국 양회에서는 게임에 대한 새로운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는 등 게임 산업 성장률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내자·외자판호 발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시장이 열린다고 해도 한국 게임이 큰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게임의 개발 경쟁력이 한한령을 거치며 높아졌다. 독자 IP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게임을 만드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가 2020년 내놓은 ‘원신’은 지난해까지 2년간 세계에서 4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내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는 판호 발급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면서도, 향후 전망에 대해선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진출이 흥행을 담보하던 과거와 달리, 중국 현지화를 비롯해 기술·게임플레이 등에서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외교 문제와 게임 관련 규제 등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는 어렵고 복잡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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