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부도 탁신도 아닌 40대 당 대표가 이끄는 제3당이 총선 승리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태국 총선에서 군부도 탁신도 아닌 제3의 세력이 승리하며 정치교체가 이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태국에서 쿠데타가 자주 발생했었다는 점에서 실제 새로운 세력이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4일(이하 현지시각)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두 번째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민주 진영에 속하는 전진당(Move Forward Party, MFP)이 개표가 99% 이뤄진 15일 현재 하원의석 500석 중 152석을 차지하며 제1당으로 올라섰다.
군부와 대립하던 태국 민주 진영의 대표 세력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의 프아타이당은 141석을 얻으며 전진당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프아타이당이 1당의 자리를 내준 것은 2001년 선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20년 만에 프아티아당이 아닌 새로운 정당이 승리하게 된 배경에는 파격적인 공약을 통한 변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진당은 입헌 군주제 개혁, 왕실 모독죄 폐지, 헌법 개정, 징병제 폐지를 통한 군 권력 축소 등의 공약을 통해 태국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에 선거 전부터 이들의 승리 조짐이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42세인 피타 림짜른랏 당 대표는 선거 전 총리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예고했다. 그는 태국 내에서 진보적인 학풍을 가지고 있는 탐마삿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책학 석사, 메사추세츠 공대(MIT)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고 학력이 높은 당 대표가 신선한 공약을 내걸자 많은 태국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향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14일 수도 방콕의 많은 유권자들이 "변화에 투표한다"고 말했다며, 엄청난 인파가 투표장에 몰렸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흐름 속에 전진당은 방콕에서 33개의 선거구 중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승리했다. 치앙마이주와 파타야에서도 각각 10석 중 7석을 차지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전진당 내부에서도 당초보다 예상을 뛰어 넘은 선전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방송은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개표 이후 전진당 선거본부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센세이셔널(놀라운)한 결과"라며 "전진당이 국민과 국가의 신뢰를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여당인 군부 계열 정당들은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현 총리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소속돼 있는 루엄타이쌍찻당(RTSC)은 36석을 얻는 데 그쳤고 쁘라윳 웡수완 부총리 소속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PPRP)은 40석을 얻어 이들 정당의 의원 수 합은 76석에 불과했다.
군부 정권, 이번에는 교체되나
이제 관심은 태국의 권력이 군부에서 민간으로 이동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그런데 태국이 2017년 헌법 개정을 통해 하원의원 500명과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원 250명이 함께 총리를 선출하도록 정해 놓고 있어 실제 총리가 바뀔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군부에 대립하는 민주 세력에 포함되는 1당 전진당과 2당 프아타이당의 의석 수는 290여 석에 육박한다. 하원의원만 따지자면 넉넉한 과반이지만 군부가 임명하는 상원의원까지 합할 경우 750명의 과반인 376명에는 한참 모자란다.
이에 실제 1당인 전진당이 총리를 비롯해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군부 계열을 제외한 다른 세력과의 연정이 필수적이다. 또 연정을 해서 376표 이상을 확보해 정부를 구성한다고 해도, 임기 내 집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태국은 1932년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가장 최근 쿠데타인 2014년까지 총 19번의 쿠데타가 발생했다. 탁신 전 총리 계열의 프아타이당이 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권좌를 내준 것 역시 쿠데타 때문이었다. 이에 실제 집권을 하더라도 쿠데타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전진당이 입헌군주제에 대한 강력한 개혁을 공언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왕실과 군부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알자지라>는 전진당이 태국 형법 112조에 규정된 '왕실모독죄' 개정을 골자로 한 입헌군주제 개혁을 내걸었는데, 이 조항이 규정이 애매모호하여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즉 전진당의 공약 자체가 112조에 위배된다고 해석하고, 이를 빌미로 태국의 집권 세력이 전진당에 대한 법적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방송은 "인권단체들은 이 법이 정치적 행동을 처벌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말한다"며 이같은 지점을 우려했다.
이에 방송은 비록 전진당이 돌풍을 일으키며 선거에서 승리했으나 태국의 정치 상황이 정부 구성 전까지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것으로 예측했다. 총리 선출을 비롯한 본격적인 정부 구성은 오는 7~8월 경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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