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5분' 짧은 개회사서 중통령 "꼭 필요한 정책 한가지, 노동개혁"
근로시간 개편 호소..."노동에 기울어진 운동장에 힘들다"
지난달 공동성명, 현장 조사 결과 연달아 발표..."노동개혁 없이 경쟁력 끌어올릴 수 없어"
"중소기업과 한국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 한 가지만 말하면, 노동개혁입니다."
중소기업 대통령, 이른바 중통령이라고도 불리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중앙회) 회장은 15일 '한국경제 활력 모색 대토론회' 환영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앙회는 이날 대기업 중심 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날부터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중소기업 주간'의 개막 행사였다. 중앙회가 대기업, 국회 측을 초청한 격이었다.
행사 시간은 오전 10시30분부터 한시간 30분이었다.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다. 개회사와 축사를 할 귀빈만 6명, 토론자는 6명이었다. 발제 발표 시간도 남겨야 했다. 김 회장 환영사에 주어진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 김 회장은 귀빈들에 '자리를 빛내줘 감사하다' 인사하고 토론회를 주최한 소회를 밝혔다. 중소기업 현안 얘기를 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김 회장은 짧은 시간 '노동 개혁' 얘기를 꺼냈다.
김 회장은 "그동안 노동에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중소기업이 많이 힘들었다"며 "노동 개혁이 되지 않으면 기업 투자도 어렵고 대한민국의 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주 52시간제도보다 현장 상황을 반영한 유연한 근무제도가 근로자가 일한 만큼 보상을 받게 하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노동 정책"이라며 "연장 근로를 유연화해 주문이 몰릴 때는 근로자가 일을 더 할 수 있게 하고 일이 없을 때는 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 환영사는 글자 수로 1029자다. 노동 개혁 얘기는 260자(25%)였다. 중소기업 현안은 고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 내수 부진 등 많다. 내년도 최저임금도 최근 중소기업이 큰 관심을 갖는 이슈다. 김 회장은 다른 현안 얘기는 아예 꺼내지 않았고 노동개혁 얘기에 시간을 쏟았다.
그만큼 노동 개혁이 중소기업에 절실한 현안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 초 정부는 '주52시간 제도'를 유연화한 근로 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재검토하기로 했다. 개편안은 연장 근로 관리 단위를 기존 1주일에서 1달, 1분기, 1반기, 1년으로 넓히는 게 골자였다. 한달 52시간, 분기 140시간, 반기 250시간, 1년 440시간을 넘기지 않으면 일주일 12시간 이상 연장 근로를 할 수 있게 했다.
이론상 일주일 최대 69시간 근무가 가능했고 '과하다'는 반발 여론이 강했다. 매주 69시간을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 공짜 야근을 조장한다는 등 지적도 나왔다. 중소기업계는 연장근로 시간 총량은 변하지 않으며 공짜 야근은 불법이며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고 해명한다.
중소기업에 노동 개혁이 중요한 것은 '산업 구조' 때문이다. 상당수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협력 업체다. 대기업 납품 외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는데 납품 기한이 촉박할 때가 적지 않다. 중소기업으로서는 납품 기한을 앞두고 연장근로를 해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데 주52시간 제도에 연장근로를 유연하게 못 했다는 것이다.
중앙회는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안을 재검토하기로 한 뒤에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지난달만 해도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와 간담회에서 근로시간 개편을 건의했고, "개편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동 성명도 냈다. 중소기업 539개 사 중 168곳(31.2%)이 "최근 1년 연장근로 시간이 더 필요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서도 한 참가자가 "일이 많을 때 야근하고 없을 때 쉴 수 있도록 획일적인 52시간 제를 유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중소기업 어느 하나 사람 부족하지 않은 곳이 없다"며 "인력난 겪는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를 더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소기업계가 근로시간 개편안을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인력난이다.
노동개혁 외 중소기업 산업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주제 발표를 한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부원장은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중소기업 업종이 서비스업에 치우쳐져 있다"며 "서비스업은 고용은 많지만 생산성이 저조하다"고 했다.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수출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서비스업 경쟁력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낮고 영세한데 산업 구성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불리하다"고 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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