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서 중국 ‘중재 외교’ 통할까…유럽으로 향하는 중국 특사
중국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등 전쟁 당사국과 유럽 주요국에 특사를 보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본격적인 중재 외교에 나선다.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사실상 러시아 편에 서 있는 중국의 중재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지만 중국이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올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 외교부는 리후이(李輝) 유라시아 특별대표가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소통을 위해 15일부터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5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이뤄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전화 통화의 후속 조치 성격을 갖는다. 시 주석은 지난달 26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첫 전화 통화를 하고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책임있는 대국으로서 정전과 평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유라시아 특별대표를 우크라이나 등에 파견해 각측과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리 특별대표의 우크라이나 등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중국은 시종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며 적극적으로 평화를 권하고 대화를 촉진해왔다”며 “중국 측 대표의 이번 관련국 방문은 중국이 확고하게 평화의 편에 서 있음을 충분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표면적으로 중립을 표명하며 사태를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던 중국은 지난 2월 전쟁 1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며 중재자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와 밀접한 중국에까지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유럽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자 국면 전환 시도에 나선 것이다. 이는 시 주석 집권 3기 들어 중국이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외교적으로 ‘대국’ 이미지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엇갈린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지 않고 오히려 러시아와 밀착하는 모습을 보여온 만큼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알리샤 바출스카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 연구원은 미 CNBC방송에 “시 주석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는 데 14개월이 걸렸지만 그 동안 중국 최고 지도부는 러시아 지도부와 20여차례 고위급 교류를 했다. 중국과 러시아, 중국과 우크라이나 관계에는 엄청난 비대칭성이 있다”며 중국의 중재 역할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반면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는 데 있어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청 첸 뉴욕주립대 교수는 “중국이 진정한 ‘중립’이 되기에는 러시아에 너무 우호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도 “중국은 러시아의 몇 안되는 국제적 파트너이고 침략 이후 러시아에 중요한 외교·경제적 지원을 해왔기 때문에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고 갈등 종식에 있어 러시아의 입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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