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시신 방치한 딸의 사회복귀 한 달···‘고립’ 넘어선 ‘자립’을 위하여[사건 그 후]
집안에서 맞은 어머니의 죽음을 신고하지 않고 백골이 되도록 2년 넘게 시신을 방치해 재판에 넘겨졌던 A씨(48). 재판부의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로 그는 지난달 14일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인천의 자택으로 돌아갔다.
끊긴 어머니의 연금 이외에는 생활 재원이 없고, 사회와 단절된 생활이 오래된 A씨가 사회로 복귀한 지 한 달이 흘렀다. 재고립을 막기 위해 동 행정복지센터는 그를 ‘사례 관리 대상자’로 지정해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A씨는 지난 1월 인천구 남동구 한 빌라에서 백골상태의 모친 시신을 방치한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사체유기에 더해 어머니의 사망 신고를 하지 않고 29개월 간 약 1800만원(월 65만원꼴)의 연금을 부정 수급한 혐의를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 이은주 판사는 지난달 14일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했다. 재판부는 ‘생전 어머니를 보살피던 그가 어머니 사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살아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검찰도 항소하지 않았다. 어머니 사후 고립된 생활을 했고 우울감, 무기력감에서 비롯된 범행으로 보이는 점 등이 고려됐다.
수사와 재판 도중 발굴된 ‘고립 위기가구’에 해당하는 A씨가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인천의 관할 동 행정복지센터는 그의 자립을 돕기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에 나섰다. 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복지공무원 1~2명이 사례 관리 대상자로 지정된 A씨의 집을 평일 거의 매일 방문하고 있다. 식사거리를 챙기고, 집수리할 것이 있는지 살피고, 혈압·당뇨 등 건강검사를 하는 등 밀착 관리한다고 한다.
A씨는 복지공무원들에게 문을 열어주기는 하지만 마음의 문까지 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식사하셨냐는 간단한 질문에는 대답하지만 (그밖에는) 거의 말이 없다”고 했다. 앞서 A씨를 변호했던 변호인은 “접견에서도 대부분 단답형으로 긍정, 부정만 하거나 거의 울기만 했다”고 하기도 했다.
관할 복지공무원들은 모친의 죽음 전후로 은둔 생활이 길었고, 수사·재판을 받느라 3개월 수감된 끝에 풀려난 A씨에게 필요한 복지지원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생계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난달 18일 첫 방문한 직원이 A씨로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받았다. 어머니 사후 부정수급된 모친의 연금이 유일한 생계비재원이었는데, 이번 신청으로 A씨 본인이 비로소 복지관리체계에 편입된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심사에는 통상 2~3개월이 소요돼 A씨는 아직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행정복지센터는 위기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한 달 단기로 지급하는 긴급생계비(62만3300원)를 신청해 A씨에게 지급했다. 동 행정복지센터는 “흔치 않은 사례인 만큼 앞으로도 집중 관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발굴된 위기가구의 자립 지원이 중요한 만큼 A씨의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개인의 위기징후를 사회가 잘 포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A씨가 어머니라는 바깥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후 완전히 고립된 것으로 봤다. 그는 “2년 반 동안 누구도 그 죽음을 알지 못했다는 것은 이 모녀가 사회안전망 바깥에 위치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27년차 사회복지사인 김용길 인천시 세화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고립과 은둔의 문제에 있어서 진짜 어려운 것은 대상자를 찾아내는 일”이라며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공적기관과, 지역의 소문 등 정보가 빠른 지역 사회복지관이 긴밀히 연계해 징후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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